문화부-예산처 왜 힘겨루나

1조원대 모태펀드 조성방안을 놓고 문화관광부와 기획예산처가 벌이는 신경전은 문화콘텐츠산업 육성의지와 정부예산 방어라는 두 개의 정부 기능이 충돌한 전형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산업육성 의지를 갖고 있는 해당부처와 예산 집행의 효율성과 관리 감독을 강조하는 예산부처 간 충돌은 그동안 간간이 있어 왔던 일이다.

 문화부는 지난해 예산처의 문화산업기금 폐지권고로 문화산업 분야의 정부 지원 약화 또는 중단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모태펀드 조성은 필연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예산처는 지난 3월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화부의 모태펀드 조성계획은 폐지권고를 받은 기존 문화산업기금이 변형된 것이라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산업 모태펀드 조성은 일단 쉽지 않은 행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펀드 조성을 반대하는 예산처도 문화산업 육성에는 동감한다는 입장이어서 모태펀드 구성에 대한 적절한 이유와 후속 대책을 수립할 경우 쉽게 풀릴 수 있는 가능성도 남겨 놓고 있다.

 ◇“기금 존치 목적”=예산처는 변형된 문산기금의 존치 목적이라며 현재 문화산업 창업투자에 출자하고 있으나 제대로 운용되지 않는 자금은 모태펀드가 되더라도 운용이 활성화되리라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별도 모태펀드 조성시 기금관리기본법 적용 제외로 적절한 책임확보 수단이 부재하고 타 산업 부처에 별도 모태펀드 조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예산처가 우려하는 항목이다.

 이에 따라 예산처는 현재 중소기업청이 추진중인 중소·벤처기업 모태펀드의 투자대상이 전체 중소·벤처기업으로 문화산업도 포함하고 있는 점을 감안, 문화산업기금 폐지시 잔여자산을 이 펀드에 이관하는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문화산업 이해 부족”=문화부는 모태펀드 조성을 예산처가 단순한 기금 지키기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다소 불쾌한 듯한 표정이다. 문화부는 문산기금이 별도의 펀드에 투자되지 않고 중소·벤처기업 모태펀드로 이관될 경우 가뜩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운 문화산업 관련업체들이 더욱 더 자금난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문화산업은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분야로 초기 투자지원이 필요하며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신매체의 등장으로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업체들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의 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문화부 한 관계자는 “6년밖에 되지 않은 기금을 운용 부진이라는 이유로 폐지하고, 이를 근거로 모태펀드가 잘 되겠느냐며 예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그나마 문화산업기금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경쟁력을 갖춘 한국산 문화산업이 존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타협점 모색해야=일단 두 부처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한다며 타협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예산처는 문화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만큼 문화산업기금 폐지시 잔여 자산을 중소·벤처기업 모태펀드로 이관하고 모태조합운용위원회에 문화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산업 분야에 대한 일정 규모 이상의 출자를 보장토록 명문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문화부도 문화산업 펀드 조성시 적절한 관리 및 책임 확보 수단이 부재하다는 예산처의 의견을 받아들여 별도로 제3의 감독기관을 설립해 자금관리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어서 대타협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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