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I 결국 `버라이즌 품으로`

MCI가 결국 버라이즌의 품에 안겼다.

이로써 미국 유선통신업계는 벨이 8개사로 쪼개진 후 20여년만에 버라이즌과 SBC의 양강 체제로 사실상 재편됐다.

◇MCI, 안정 선택=MCI는 2일(현지시간) 버라이즌의 인수 제안가 85억4000만 달러를 수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가격은 버라이즌의 최초 제안가에 비해 25% 정도 오른 것이지만 경쟁사 퀘스트의 98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13%나 낮다.

MCI 경영진과 직원들은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는 퀘스트보다 안정적인 버라이즌을 선택했다.

자기 외엔 대안이 없어 인수를 확신했던 버라이즌도 인수 가격을 높이는 성의를 보여 MCI경영진이 주주의 반대 압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했다.

일부 주주들이 여전히 퀘스트의 높은 인수 제안가에 미련을 갖고 있지만 워낙 대세가 굳혀져 이후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1년만의 업계 재편=MCI를 인수한 버라이즌과 AT&T를 인수한 SBC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1984년 벨을 8개 지역 회사(베이비 벨)로 분할한 정부 조치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베이비벨 4개사가 SBC에, 2개사가 버라이즌으로 흡수됐다. 이동통신업계도 버라이즌와이어리스, SBC가 주요 주주인 싱귤라와이어리스, 스프린트와 넥스텔 합병사 등 3강 체제로 재편될 예정이다.

통신산업 특유의 쏠림현상에 따른 독과점 체제의 불가피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요금 담합, 투자 축소 등과 같은 독과점 폐해의 우려도 높지만 컨버전스 시대에 통신 외에 방송과의 경쟁도 가열돼 20여년 전과는 다른 양상을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SBC는 지난달 지역 및 장거리 전화 요금을 대폭 인하했다. 다만 인수 합병의 여파에 따른 구조조정 등으로 투자는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퀘스트와 벨 사우스 진퇴양난=양강체제가 들어서면서 인수전에 탈락한 퀘스트와 독자 유선통신사업자인 벨사우스도 진로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선발사업자와 워낙 격차가 많이 벌어져 사업성이 더욱 악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일단 두 회사는 독점 논쟁을 부추겨 양강 시대를 가급적 늦추려 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기조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다.

퀘스트와 벨사우스가 합치는 것도 대안이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가입자 포화에다 부채 압박으로 인해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스프린트와 넥스텔 합병과 같이 시너지 효과가 더 높은 이동전화사업자 또는 방송사업자와의 합병 논의에 각각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다.<본지 4월 25일자 14면 참조>

크든 작든 미국 통신사업자들은 스스로의 강점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길로 가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버라이즌이 던진 화두를 붙잡고 씨름하고 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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