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기·CDMA에 이은 또 하나의 IT신화를 만들자.”
불과 3년 전, 당시 무선가입자망(WLL) 주파수인 2.3㎓ 대역을 회수해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용도로 재분배하자고 주장했던 사업자와 정부 관계자들이 의기투합하며 부르짖은 말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와이브로는 출발을 약속하기도 전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미 사업자 선정 이전에 데이콤이 손을 들었고, 하나로텔레콤이 최근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사업권을 획득하기만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품에 안은 듯 호들갑을 떨던 시대는 이미 옛 얘기가 됐다. 상황이 변해도 한참 변했다는 의미다.
◇‘상황이 변했다’=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새로운 서비스가 사업성은 있는지, 자기시장 잠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지 주의 깊게 파악해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5년이나 끌어 온 VoIP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WCDMA 투자도 기존 CDMA 1x보다는 투자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신사업들의 밸류체인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과 연계고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KT와 SK텔레콤이 콘텐츠 사업에 올인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정책의 지향점에 시사하는 바 크다. 주주들의 입김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특정 신규 서비스만이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새로운 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다. 최근 들어 본방송에 들어간 위성DMB도 그렇고 지상파DMB도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HSDPA도 마찬가지다. IPTV도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고, BcN·텔레매틱스 사업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타이밍’이 중요하다’=유무선, 통·방 융합에 대한 정책 해법이 항상 늦다는 것도 지적된다. 아직 결론이 난 상황은 아니지만 위성DMB와 지상파DMB가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로 인식되는 게 시장의 분위기다. 와이브로와 마찬가지로 IPTV나 VoIP도 사실상 시기가 주요 쟁점이다. 정부가 신규 서비스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책적 타이밍’은 중요하다.
◇‘신서비스 정책 틀 다시 짜라’=컨버전스(융합) 시대의 정부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부처 간 구조 개편 논의에 대한 필요성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통·방 융합을 위한 방통구조개편자문위도 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결국 정부 차원의 신서비스 정책의 큰 틀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게 업계 내외의 주문이다. 다만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해선 안 된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이 모두 해당된다. 주파수 정책도 그렇고 규제 정책도 마찬가지다. 단말기 보조금, 단말기 내수 제한,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 서비스 금지 등 공정경쟁 정책이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새롭게 대두되는 컨버전스 관련 정책 역시 밑그림부터 잘 그려 주길 바란다. 무엇보다 시장경쟁 원리가 존중되는 탈규제 기조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책 시의성 고려와 국가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과 함께 수용자인 국민의 편익이 우선되는 정책적 지향점을 요구한다.
오해석 경원대 부총장은 “정부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일관성과 융통성을 아우르는 정책적 지향점이 분명하게 서야 한다”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마구 양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술 검증과 표준화 그리고 후방산업 육성을 위한 가치사슬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체계적이고도 장기적인 정책적 지향점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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