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끝까지 추격한 대만 LCD 산업 현황

 한국이 지난 2000년도부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 왔던 LCD 산업이 대만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양·질·잠재력 세 가지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특히 대만이 LCD 부문만은 꼭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국내 기업과 정부가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지지 않는 한 대만에 선두를 내줄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국 기업 추격에 나선 AU옵트로닉스=지난 2001년 극심한 공급과잉 시기에 에이서와 유니팩의 합병으로 탄생한 AU옵트로닉스(AUO)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 샤프와 함께 명실상부한 세계 LCD 4강으로 부상했다.

 이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회사가 지난 1분기에 LG필립스LCD보다 영업 이익률이 높을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기업과 거의 동등한 수율을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LG필립스LCD는 6세대 가동으로 감가상각비가 AUO에 비해 거의 2000억원 가까이 많은 데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좋지 않은 TV 판매를 확대한 것이 부담이 돼 AUO에 영업이익률 측면에서 뒤처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지난 2000년 삼성전자, LG필립스LCD는 각각 35%, 28%의 영업이익률을 올려 4%, 16%를 기록한 대만의 AUO와 CMO를 크게 앞서갔다.

 한국디스플레이서치의 송세옥 지사장은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의 원가구조가 대만 기업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품질 측면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출하량도 추월당할 위기=출하량에서도 대만은 올해 하반기에 한국을 추월할 태세다. 이는 지난 2003년부터 대만 기업의 투자가 국내 기업을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된 결과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003년과 2004년 대만 기업들의 LCD 투자액이 전세계 LCD 장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9%, 46%로 각각 24%, 37%를 차지한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에도 대만의 투자금액은 61%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기업보다 2배 이상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LG필립스LCD가 각각 7세대, 6세대 라인을 가동하거나 생산량을 늘리는 반면 대만의 경우 AUO, CMO, QDI, CPT 등이 6세대 및 5.5세대, 추가 5세대 생산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어서 생산캐파 면에서도 국내 기업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 차이 대조=대만 정부는 LCD 산업에서만은 꼭 한국을 앞지르겠다는 각오다. 이에 따라 디스플레이 장비 등에 대한 무관세 도입 등 각종 시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해마다 할당관세 결정 시기만 되면 디스플레이 분야의 할당관세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관세정책을 펼치고 있다. 할당관세는 기본 관세율을 낮춰 주는 품목을 지정하는 것으로, 디스플레이 장비의 경우 기본적으로는 8%의 관세율을 물어야 하지만 할당관세 품목으로 지정되면 0%나 4%의 낮은 관세를 물게 된다.

 장진 경희대 디스플레이학과 교수는 “대만의 경우 디스플레이 분야 정부투자 연구소에만 연간 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 디스플레이 과제에 지원하는 금액이 연간 60억원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R&D에 대한 과감한 대만 정부의 투자는 결국 좋은 인재를 배출하고 기술 개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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