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신성장 엔진이 불안하다](1)위기의 와이브로

와이브로가 좌초위기에 놓였다. 하나로텔레콤이 25일 전격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남은 KT, SK텔레콤도 WCDMA(HSDPA)와의 경쟁에 계산이 복잡하다. 지상파DMB 역시 유료화에 대한 이견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며 인터넷전화(VoIP) 역시 수년을 끌어오면서도 명쾌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 통·방 융합의 기본 인프라인 광대역통합망(BcN)도 방송위와의 이견에 발목이 잡혔다. 흔들리고 있는 통신 신성장 엔진을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1. 위기의 와이브로

2. 혼란속 VoIP

3. HSDPA가 대안될까

4. 발목잡힌 IPTV

5. DMB 어디로 가나

6. 신서비스 정책틀 다시짜야

 

 정부가 선정한 사업자가 불과 3개월도 채 안돼 사업권을 자진 포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 주파수 용도 변경을 위해 정부가 회수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치열한 사업권 확보 경쟁을 통해 정부로부터 사업자로 선정되고도 자진 철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서비스 일정이 제시되고 장비개발이 완료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업계 안팎의 충격이 컸다.

 ◇‘예견된’ 사업 포기=문제의 시발점은 작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와 하나로텔레콤은 와이브로가 초고속인터넷 사업의 연장선에서 이동성을 결합하는 것인 만큼 약 600만의 가입자 전망에 두개 사업권이 적당하다고 정책 제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와이브로가 유·무선이 통합돼 4G 통신의 브릿지(Bridge·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만큼 ‘900만+알파(?)’의 가입자 전망에 유·무선 사업자가 모두 참여하고 사업자 수도 3개에 가상이동망제도(MVNO)를 도입, 후발사업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열어뒀다.

 당시 정부는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KT와 경쟁할 수 있는 무선사업자(SKT)도 참여하고 시장공정경쟁을 위해 MVNO 제도를 처음으로 시장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정책 판단이 나오자 데이콤은 “상용화 이후 MVNO를 통해 참여하겠다”며 중도하차 했고 KT 견제를 위한 주파수 확보에 관심이 많은 SK텔레콤은 사업권을 확보하자마자 전담팀을 해체하고 소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성이 문제=업계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WCDMA(HSDPA)와 와이브로와의 경쟁관계에서 찾고 있다. 어차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서비스로 경쟁해야 하는 숙명인 이 둘의 관계에서 와이브로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이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선 사업자들의 이동통신 진출은 숙원이지만 투입 비용에 비해 수익이 불투명하고 더구나 SK텔레콤은 HSDPA에 주력할 뜻을 밝혀 왔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자기 시장잠식이 가능한 와이브로 보다는 HSDPA 시장을 빨리 형성시켜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명성 SK텔레콤 전무는 최근 통신학회 세미나에 참여 와이브로 전망에 대해 “한국 시장, 국산 기술에만 너무 몰입돼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을 보고 경쟁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며 HSDPA의 손을 들어줬다.

 와이브로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이동통신 처럼 각 사업자들의 경쟁을 통한 마케팅 활성화가 절실한데 SKT가 제외된다면 KT와 하나로만으로는 갈길이 멀다는것이다

◇정부, 종합 시각 필요하다=마침내 신성장 동력에 대한 정부의 정책비전이 도마에 올랐다. 이날 정부는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서 “추가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응할 사업자가 없는 실정이다.

장석권 한양대 교수는 “IT839 등 국가 연구개발(R&D)·산업육성책이 각 분야에만 함몰돼 있어 시장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신서비스에 대한 대체제와 보완제 개념을 명확히하고 종합적 시각에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보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박승정@전자신문, sjpark@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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