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와이브로 포기 배경과 전망

그동안 설로만 나돌았던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는 바닥까지 추락한 주가와 와이브로의 사업성을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하나로텔레콤과 마찬가지로 와이브로 사업을 추진해온 KT와 SK텔레콤에 비해 조직과 자금력·인프라 측면에서 뒤진다는 현실 인식도 작용했다. 게다가 투자에 비해 수익성이 확실치 않은 와이브로에 대한 전망도 포기를 거들었다. SK텔레콤과 추진해온 와이브로 공동망 구축 확대가 합의가 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초고속인터넷 사업 부진이 ‘직격탄’=지난 연말 와이브로 사업권 획득과 두루넷 인수로 기세를 올린 하나로텔레콤은 올 1월, 초고속인터넷 사업이 삐그덕거리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가입자가 월 최소 1만명에서 최대 2만명까지 빠져나가고 점유율도 급락했다. 이에 비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방송 콘텐츠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데이콤도 ‘광랜’ 브랜드를 앞세워 전에 없이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데다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설까지 겹치자 회사 내부에서는 ‘위기’로 인식됐다. 따라서 핵심사업인 초고속인터넷에 집중, 두루넷의 강화에 나서기로 내부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측이 최근 외국계 투자자의 자금조사 등 외자측을 압박한 것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현실적인 투자재원도 ‘한계’=하나로 측은 59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4200억원의 두루넷 인수자금을 제외하고도 1700억원의 투자재원이 남아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운영자금 등 현실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하면 와이브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한계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나로 측은 이와 관련해 신디케이트론과 내부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 등 투자재원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와이브로 어떻게 되나=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함에 따라 와이브로(휴대인터넷) 사업 전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미 사업권을 획득한 KT와 SK텔레콤 중 SK텔레콤은 WCDMA(HSDPA)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결국 와이브로는 KT가 홀로 활성화의 짐을 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일단 KT는 와이브로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KT는 오는 11월 APEC 정상회담에서 세계 최초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연한다는 목표 아래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종석 KT 차세대휴대인터넷사업단 상무는 “와이브로는 세계 10대 통신회사 도약을 위한 핵심 성장엔진”이라며 “최근 조사 결과 5년 내 890만명을 넘어선다는 전망도 있는 만큼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비 사업자 L사 관계자는 “HSDPA와 와이브로는 결국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단말기의 종류가 훨씬 다양하고 전국망 커버리지가 가능한 HSDPA가 좀 더 유리하며 와이브로는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HSDPA나 와이브로나 무엇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조기 상용화와 소비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시장 우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손재권기자@전자신문, jyjung·gjack@

사진: 김동수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진흥국장이 25일 오후 정통부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나로텔레콤의 와이브로 사업 포기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위). 권순엽 하나로텔레콤 부사장이 25일 정보통신부 기자실에서 와이브로 사업 포기와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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