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서지수(21). 게임 바닥에서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간간히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하다. 불과 18세의 나이로 프로 게임의 세계에 입문해 각종 대회를 휩쓸며 여성 프로게이머 중 최고의 게임 실력을 갖춘 점도 있지만, 어디에서나 눈에 띄는 빼어난 외모도 유명세에 한 몫을 더하고 있다. 최근 여성부 대회 그랜드 슬램을 차지하며 정상을 달리고 있는 그녀를 만나 예쁜 얼굴 뒤에 숨겨진 또 다른 그를 만나봤다.
# 여자부 리그 활성화를 위해서
프로게이머 서지수는 최근 MBC 게임 LMSL에서 우승했으며 게임TV 여성부 4차 스타리그에서 정점에 올랐고, KBC 광주 여자부 게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해 대망의 그랜드 슬램에 등극했다. 명실공히 대적할 상대가 없어진 그녀에게 소감을 묻자 “네, 뭐∼ 좋아요.”라며 짧게 대답하며 미소만 지었다. 하지만 서지수 선수는 어린 나이와 달리 생각이 깊었다. 자신은 전혀 유명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 게임 리그가 남자부 위주로만 흘러 가고 있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른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이 일(프로게이머)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직장이나 직업을 가지며 병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녀 자신이 여성부 프로 리그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실제로 작년 서지수 선수는 여자부 스타리그가 거의 열리지 않자, 남자 리그에 꾸준히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예선만 통과해 결선까지 올라가면 많은 사람들이 여자 프로게이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회도 열릴텐데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서지수 선수는 무엇보다도 여자 선수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자부 스타리그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해요. 그 중에서 프로게이머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고 봅니다. 일단 게임플레이 수준이 높아져야 하고 관객과 팬들에게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보여줘야 하는게 관건이에요. 대회가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자기 자신부터 열심히 노력해 실력에서 남자들과 격차를 많이 줄여야겠지요.”
# 아빠에게 배운 ‘스타크래프트’
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해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을까? 이 질문에 서지수 선수는 빙그레 웃으며 “아빠가 ‘스타크래프트’를 알려줘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빠가 자기 딸에게 게임을 가르쳐 주다니? 그녀의 설명은 이러하다.
“아빠는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인데 아들이 없어서 딸들과 같이 공유할 꺼리를 찾다 게임을 알려 줬어요. 게임을 통해 대화도 하고 서로를 잘 아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는데, 제가 너무 빠져 들어 버렸지요.”
그래서 서지수 선수의 아버님은 속이 편치 않으셨다고 한다. 공부도 잘 하던 아이가 하루 종일 컴퓨터만 붙들고 있으니 여러 가지로 속상해 하셨다고. 그렇게 ‘스타크래프트’에 푹 빠져 꿈같은 나날을 보내던 서지수 선수는 어느 날 인천방송에서 방영한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이은경 선수를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게 된다.
서 선수의 말을 빌리면 ‘아, 나도 저런 무대에 서서 방송하고 싶다. 나도 하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그런데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아이TV 문파전에 출연한 임성춘 선수가 자신과 함께 팀을 이뤄 플레이를 할 선수로 서지수양(!)을 지목한 것이었다. 평소 자신이 소속된 인투더길드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였다.
그게 첫 방송이었고 17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프로게이머로 정식으로 데뵈한 것은 그로부터 일년이 지난 18살이었는데 얼굴이 전파를 타자마자 순식간에 많은 유저들을 팬으로 만들어 버리며 급성장했다. 현재 서지수 선수 팬 카페(www:cafe.daum.netkamjjik) 회원은 약 6만 명으로 왠만한 연예인보다 많은 인원이다.
“처음 프로게이머가 되겠다고 집에 선포했을 때 부모님들은 굉장히 반대하셨어요. 지금이야 유명한 프로게이머도 있고 사람들이 저도 많이 알아보고 하니까 좋아하시죠. 네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가야 할 길이 있으니까 하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선생님이 반대를 많이 해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입학 성적도 좋은데 왜 하필 게임을 하냐고 하시면서 이해를 못 해 주셨다는 것. 2학년이 되면서는 선생님들도 편의를 잘 봐주시고 교장 선생님도 교장실로 불러서 열심히 하라고 해서 편하게 프로게이머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 여기에 목숨 걸었어요
서지수 선수는 자신의 프로게이머 인생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고 말했다. 여자부가 없을 때 남자 대회에 계속 도전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라고 했다. 대회가 없으면 열심히 해야하는 동기가 없어져 쉽지 않다. 또 남자부에는 유명한 프로게이머들도 많고 알려지지 않은 실력있는 강자가 많아 기반이 탄탄하지만 여자부는 사정이 다르다. 그만큼 서지수 선수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또 본인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열심히 해야죠. 임요환 선수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한 계속 할 겁니다. 전 군대를 안가서 마음이 편한데 사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병역 문제가 심각합니다. 현실적으로 프로게이머가 군대 갔다 오면 다시 복귀하기란 대단히 힘들어요. 상무팀 얘기도 나오고 하는데 잘 해결됐으면 좋겠어요.”
# 하루 10시간 연습
서지수 선수는 하루 10시간을 연습에 투자한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다는 표정. 남자 선수들과 똑같이 연습하고 똑같이 실전에 투입되는데 환경만 다르다. 보통, 한 팀의 남자 프로게이머들은 합숙을 하며 공동생활을 통해 실력을 키운다. 서지수 선수는 팀과 함께 합숙을 하지 못해 집에서 배틀넷으로 연습한다. 대회나 명승부의 리플레이동영상을 보면서 연구하고 채팅으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고정된 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해 항상 아쉽다고.
하지만 서 선수는 화려하게 보이는 이 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개인적인 시간은 거의 없어졌다. 친한 친구들과 연락도 대부분 끊어졌고 극장에 가서 영화 한 편 보기도 힘들다. 21살 또래들이 즐기는 것들을 거의 하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연습에 연습만 거듭한다. 원래는 운동을 좋아해 어렸을 때는 배에 왕(王)자 근육 윤곽이 뚜렷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힘든 생활에 마르기만 했단다.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말만 노력한다고 얘기하면서 성과가 없어 속 상했는데 이번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 기분은 조금 좋아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 것 같고요. 앞으로 계속 지켜봐 주세요. 정말 열심히 계속 하겠습니다.”
<김성진기자 @전자신문,harang@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pit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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