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이너] 하리수

음지의 트랜스젠더에서 가수로 변신해 각종 인기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연예계 스타 반열에 오른 하리수가 본격적인 연기로 승부를 걸었다.

지난달 시작한 MBC 새봄 연작드라마 ‘떨리는 가슴’에서 실제 트렌스젠더 역할로 등장해 가슴뭉클한 연기를 보여주더니 조만간 업그레이드된 내면의 고통 연기를 같은 드라마를 통해 표현해낼 예정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트랜스젠더 혜정의 아픔은 제가 겪은 실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지금까지 겪은 고통은 아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드라마에서 그녀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로 가족과 사회의 냉대에 힘겨워 하는 인물로 나온다. 지난 2001년 1집 앨범 ‘템프테이션’을 들고 가수로서 방송에 공식 데뷔한 이후 이제는 당당한 스타 대열에 합류했건만 얼굴에는 드리워진 그늘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한 느낌이다.

각종 쇼프로에서 긴생머리와 볼륨있는 힙을 흔들며 요염한 춤을 출 때면 트렌스젠더라는 과거 전력(?)은 잊고 사는듯 보였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을 구분한, 또는 ‘트렌스젠더’에 관한 그 어떤 질문에도 여전히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TV에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랬죠. 화제성 인물로 반짝하다 말 것이라고요. 오락프로에 더 많이 나가려 했고 더 적극적으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주려 노력했어요.” 그녀의 얘기 속에는 트렌스젠더에 대한 인식 전환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

드라마속 혜정처럼 여자로 인정받기 위한 그녀의 노력 역시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알 수 없는 진행형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죠. 트랜스젠더로서 제가 겪은 아픔을 100% 담아낼 수 없겠지만 트랜스젠더를 호기심이나 선정성의 대상이 아니라 ‘내 옆의 사람’으로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여자 연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배역 선택에서부터 드러난다. 사실 처음에는 ‘트랜스젠더’ 역만 제의가 들어오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다고 한다. ‘여자역’을 원했는데 트랜스젠더로만 이미지가 더 강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역을 맡느냐가 아닌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비중을 두고 있다. 당연히 역할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진짜로 하고 싶은 역은 여성스러운 역이죠”라며 부끄런 미소를 짓는다.

그녀는 요즘 대만에서 한류 스타로 국빈급 대접을 받으며 활동을 벌여가고 있다. 개그맨 황승환의 결혼식이 열린 인터뷰 당일에도 새벽 2시에 대만에서 도착했다. 다음달에는 영화 홍보차 일본을 방문하고 6월에는 중국-대만 합작 무협사극 ‘칼 사랑 그리고 눈물’의 중국 촬영이 잡혀 있다. 얼마 전에는 다이어트 비디오도 내놨다. 그러고보니 볼살에서부터 상체는 물론 허벅지와 종아리까지 상당히 얇아진 느낌이다.

“‘여자’가 되기를 선택했을 때부터 아픔을 웃으면서 넘길 수 있게 됐다”는 하리수. 이제 그녀의 꿈은 여자연기상을 받는 것이다. 여자연기상을 받는다고 트랜스젠더라는 별칭이 사라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에게 중요하고 분명한 것은 여자 연기자라면 누구나 자연스레 갖게 되는 목표라는 점이다.

<임동식기자 @전자신문, dslim@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pity>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