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5년을 ‘제2의 벤처 붐’의 해로 만든다며 벤처산업계에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주듯이 작년 12월 24일 ‘벤처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도 어언 100일이 훌쩍 지났다. 이 대책에는 ‘제2의 벤처 붐’에 걸맞게 벤처기업을 위한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 조성을 비롯해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 및 금융 지원, 코스닥시장의 벤처기업 전문화 등 성장단계별로 지원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잠재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벤처업계의 체감 경기는 정부의 이런 의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하다. 비록 올해가 아직 4분의 3 가량 남았고 정부 정책의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벤처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벤처활성화 대책을 체감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코스닥 등록폭을 12%에서 15%로 3%포인트 높인 것 말고 뭐가 있느냐”며 되물었다.
실제로 벤처활성화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모태펀드의 경우 온갖 잡음 속에 최근에야 겨우 별도의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한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보다는 벤처캐피털을 통해 간접지원하겠다고 말해 놓고는 벤처캐피털을 위한 정부 출자규모를 올해 지난해보다 축소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정부의 벤처펀드 출자규모는 작년 40%에서 올해 30%로 줄었다.
하지만 벤처업계는 여전히 정부의 의지에 대해 실망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 여성 벤처 최고경영자는 “주변에서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만면에 미소를 띠며 ‘아주 좋습니다!’라고 말한다”며, 제2의 벤처 붐의 가능성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다른 벤처기업의 임원도 “최근 코스닥이 다시 조정장세를 보이면서 일부 언론에서 ‘이때다’며 벤처 거품론을 제기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최근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벤처기업 활성화대책’을 다시 점검했다. 정부는 이러한 점검을 통해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 업계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업계의 ‘희망’을 살릴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경제과학부·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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