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사업자와 中企 상생 기대된다

 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등 7개 유무선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업계 대표자가 어제 정보통신부 주관으로 회동을 갖고 저가 낙찰제 개선과 현금결제비율 확대 등 동반성장을 위한 공동합의서를 채택했다고 한다. 비록 정부의 중재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IT분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애로사항을 털어놓은 상황에서 합의한 상생적 협력관계 구축의 구체적인 추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T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대기업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었지만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불만이 아직도 높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 합의한 가격 중심의 낙찰방식 개선을 비롯한 수요 예보제 도입 등 수시 발주문제 개선, 무상AS기간 단축 및 유지보수비율 상향조정, 다단계 납품구조 개선, 납품기업 지원조직 운영 등은 그동안 중소·벤처업체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현안들이어서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이번 협력은 기존 개별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이 아니라 서비스 중심의 사업자와 제조업 중심의 중소기업 간 공동 발전 모델을 모색하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명분은 협력관계 구축이지만 통신사업자들이 IT중소·벤처기업과의 동반성장 없는 성장에는 한계가 있고 진정한 경쟁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에서 나온다는 성찰의 결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협력을 통해 통신사업자들은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우수 협력업체를 확보해 품질 좋은 서비스 기반을 갖추게 되고, IT중소·벤처기업들은 안정된 판로 확보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심화하는 IT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양극화 현상도 다소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중요한 것은 이번 합의가 차질 없이 실행돼 실효를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올해 정부가 동반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중점 추진정책으로 내세우면서 몇몇 대기업과 공기업이 상생을 통한 획기적인 중소기업 지원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고경영자들 간에 합의만 했다고 해서 상생은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아무리 상생을 외쳐도 실무부서에서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염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통신사업자 최고경영자가 이번 합의 내용처럼 중소·벤처기업들이 적정한 납품단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저가입찰제도를 개선하라고 지시한다 하더라도 실무부서에서는 나중에 평가를 고려해 구매 단가 인하 등 다른 경비 절감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만큼 상생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실무선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 물론 정통부가 이번 양측의 협력선언 이행실태를 분기별로 점검하기로 했다고 하니 기대해 봄 직하다.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업계가 이번에 상생적 협력관계를 성공적인 모델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통신사업자들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대기업들이 말로는 중소기업을 동반자라고 치켜세우면서 우월적 지위를 버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중소·벤처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 상생이란 서로 어느 정도 조건이 맞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이 기술력이 뒤떨어지는 IT중소·벤처기업을 언제까지 보호해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도 싸면서 안정적 서비스까지 가능하다면 외국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IT중소·벤처기업은 그만큼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경쟁력이라도 갖춰야 한다. 정부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번처럼 중재도 필요하고,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처럼 상생모델을 만들어 가는 대기업에 대한 혜택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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