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배이 어린이의 보폭이 먼저 출발한 어른을 따라잡은 격’
갖 10년째를 넘어선 한국이 일본, 미국 등 30∼40년차 전통의 게임강국을 시장규모는 물론 질적 성장면에서까지 바짝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자 한국 게임산업에 쏟아지는 비유다. 한국 게임산업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경쟁 국가가 전통적인 산업화 과정과 마찬가지로 태동기→진입기→성장기를 수십년씩 거쳐가며 더딘 진행을 겪은 데 반해 한국은 진입과 성장→폭발적 성장과 선순환 구조라는 황금 같은 기회를 10년이란 짧은 시간안에 압축적으로 경험하고 얻어냈다.
일본 게임시장이 최근 수년간 극심한 경제불황에 따른 사실상의 마이너스 성장세에 허덕이고, 미국시장이 그나마 비디오게임을 중심으로 한자리수의 힘겨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동안 한국은 최근 4년간 일부 세자릿수를 웃도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지난 2000년 2조96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말 4조5300억원 규모로 53.1%나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증세다. 같은 기간동안 생산규모와 수출규모는 각각 136%(1조9700억원), 142%(2억5410만달러)나 고공성장했다. 그래픽 참조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한 한국 게임산업이 IT를 비롯한 타 제조산업에 비해서도 월등한 성장 잠재력을 가졌음은 이미 수년전 입증된 바 있다. 지난 2002년 세계경제 성장률(IMF 집계)과 세계 반도체 매출성장률(WSPS)이 각각 2.8%와 2.3%에 머물고, IT성장률은 오히려 마이너스 2.3%로 주저앉았을 때도 게임산업 성장률은 13.0%의 고성장을 지속했다. 이 가운데 한국의 게임산업이 가장 모범적인 성장세를 구가했음은 수치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과 역동성이 대내외에 확인되면서 국내의 산업 육성 행보도 급물살을 타게 된다. 참여정부는 정권수립초부터 문화콘텐츠 산업의 중심에 게임 산업을 놓고, 세계적 부가가치 상품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적 청사진을 제시한다. 이게 바로 ‘2008년 세계 3대 게임강국 진입’ 목표다.
이런 목표가 상징성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될 수 있는 조건을 한국은 두루 갖췄다. 우선 첨단 IT산업의 환경적 우월성과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시장 배후지, 새로운 것에 민감하고 우호적인 민족성, 우수한 인력 등 거의 모든 조건의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문화부는 지난해 4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게임시장 전체 크기를 오는 2010년 10조원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생산규모도 지난해말 1조9000억원 가량이었던 것을 5년 뒤 5조8000억원 규모로 3배 가까이 늘여잡고 있다. <표참조>
특히 주목할 부분은 오는 2010년 국산게임 수출액을 10억달러로 설정, 지난해말 2억5000만달러였던 것을 4배나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출하기준 전세계 게임시장 점유율이 현재 2.9%에서 5%대로 늘어나게 된다. 이러한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배타적 주도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우선 온라인게임으로 다져진 우월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향후 4∼5년간 전세계 게임시장의 플랫폼별 성장률은 온라인게임이 주도할 수 밖에 없다. 1∼2%대 더딘 성장 또는 하강곡선과 달리 온라인게임만이 유력조사기관을 통해 연평균 40∼50%대의 성장률을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최대의 브로드밴드 국가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과 태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이사 등 동남아국가에 있어서의 초고속 인프라 급속 확산은 온라인게임의 시장 확대에 더없이 훌륭한 밑바탕이다. ‘집중과 선택’ 전략중 ‘집중’ 부분에 있어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생산 및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야할 필요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선택’부분은 유무선통합 플랫폼 전략에 따라 수립돼야한다.
강력한 온라인 역량을 기반으로 여기에 접목시킬 유무선 통합전략에 있어서도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및 상용화 선진국이다. 향후 유무선 통합플랫폼 게임 전략은 한국이 이미 기득권을 획득한 온라인게임의 부가가치와 파생 산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하나의 ‘묘목’인 셈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숫자로 나타난 한국게임의 경쟁력
◇1= 온라인게임에 관한한 ‘첫번째’, ‘최고’, ‘최대’, ‘최다’의 뜻인 1에 대입될 수 있는 사례를 모두 한국이 가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게임이 탄생한 곳이 한국이다. 그 주인공인 넥슨 ‘바람의 나라’는 자연히 세계에서 최고 오랫동안 서비스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인 셈이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최대의 온라인게임 생산국이다. 역시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이렇듯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온라인게임이 만들어지다 보니 국산 온라인게임이 중국에 진출할 때 마다 최다 동시접속자 기록을 새로 만들기 일쑤다.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의 경쟁자는 현지 온라인게임이 아니라 한국 게임인 것이다. 지난해 NHN재팬은 한게임재팬으로 일본 게임포털부문 1위에 올라선 이후 그 아성을 공고히 굳혀가고 있다.
◇23= 그라비티의 간판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는 세계 23개국에 진출해있다. 진출한 국가에서 게임 자체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등으로 원소스멀티유즈의 전형을 세워가고 있다. 그라비티는 올 연말까지 진출국을 4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3= 지난해말 현재 전세계 온라인게임 최대시장인 중국을 비롯해 일본, 동남아, 북미, 유럽 등 멀게는 남미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까지 진출해 서비스되고 있는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숫자다. ‘메이드인 코리아’의 명성을 드날리며, 한국 온라인게임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 문화부의 정책상 지난해 이후 중국내 서비스 숫자가 축소또는 정체된 반면, 북미, 유럽 등지로의 진출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2008=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 3대 강국에 진입하는 목표 해이다. 일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세계 게임시장을 경영할 대한민국의 원대한 꿈이 응집될 해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 생산과 수출, 이용자수 확보에서 세계 최강으로 올라설 희년인 셈이다.
◇700,000= 지난 2003년, 2004년 ‘미르의 전설2’과 ‘비엔비’가 각각 중국에 서비스되면서 동시접속자수 70만명이란 기록을 잇따라 세웠다. 한국의 최대 동시접속자수 기록이 23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그 엄청난 규모가 연상된다. 특히 ‘비엔비’는 지난해 70만명 동시접속자수 기록을 기네스북에 등재시키며 한국산 게임의 위력을 세계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108,000,000= 지난 2월 그라비티가 한국 온라인게임업체로선 최초로 국내 기업공개 없이 나스닥에 직상장하면서 받은 달러기준 공모자금이다. 한국 게임이 세계 자본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은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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