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대화하는 휴대폰이 등장했다. SKT는 20일 휴대폰 인공지능 서비스인 1mm(일밀리)의 본격 론칭을 선언했다. 일밀리는 휴대폰 화면에 캐릭터를 내보여 사람과 말을 주고받으며 각종 휴대폰 서비스를 연결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KTF도 팝업, 대기화면 서비스 등을 시도하며 휴대폰과 이용자의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이 같은 움직임은 휴대폰 이용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지만 이면에는 이통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장악, 단말기 업체와의 치열한 UI경쟁이라는 갈등의 씨앗도 품고 있다.
◆고객맞춤형 UI 잇따라 등장
“배고파!”
“맛집을 알려 줄까?”
SKT의 신개념 서비스 ‘1mm(일밀리)’에 등장한 캐릭터와의 대화 내용이다. 인공지능을 가진 가상의 캐릭터가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해 최단 접속 경로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형식이다.
최근 이통사들이 복잡한 무선인터넷 경로를 단축해 원하는 서비스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SKT의 ‘일밀리’와 KTF의 ‘팝업(Pop-Up)’ 등이 바로 고객맞춤형 애플리케이션. 이통사들이 ‘알아서 사용하라’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직접 서비스를 추천하는 적극적 자세로 태도를 전환한 것이다.
SKT의 ‘일밀리’는 서비스에 가입된 사용자가 휴대폰을 열면 바로 실행되는 유저인터페이스(UI)다. 대화를 통해 서비스를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제공하는 ‘마이버디’, 뉴스·날씨·TV·영화·맛집 등 10가지 생활밀착형 정보를 제공하는 ‘아이템’ 등 5가지 메뉴도 제공한다.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의 취향 및 휴대폰 사용 패턴을 분석, 외부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밀리 엑스퍼트 에이전트(Expert Agent)’도 준비 중이다. 유무선 음악 포털 사이트인 멜로과 연동한 ‘멜론 에이전트’는 7월에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KTF가 선보인 ‘팝업’도 기호에 따라 휴대폰 환경을 직접 꾸밀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PC 바탕화면과 같이 휴대폰 화면에도 아이콘을 설정해 원하는 콘텐츠에 바로 접속하는 구조. 자주 이용하는 서비스는 아이콘으로 설정, 별도의 접속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주식시황 △교통정보 △뉴스 △위치기반 지역정보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두 서비스는 모두 표준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를 기반으로 제작된 각 이통사의 첫번째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점에서도 향후 위피 활성화에 어떤 기여를 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 이통사 UI 영향 어디까지
“네이버 좀…”
“네이버가 뭐야?”
‘일밀리’ 등장으로 SKT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장악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밀리’가 사용자를 콘텐츠에 안내하는 캐릭터나 엑스퍼트 에이전트 역할을 하면서 네이트포털 중심의 무선인터넷 플랫폼 독점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KTF의 ‘팝업’ 서비스나 아이콘 서비스도 유사한 갈등요소를 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실제 ‘일밀리’ 서비스에서 캐릭터에 “네이트”라고 말을 걸자 “네이트를 연결해줄까”라는 답변이 나온 반면 NHN의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를 치자 “그게 뭐야? 알려줄래?”하는 답변이 나왔다.
다른 포털들의 진입을 쉽게 하도록 한 번호주소(윙크: WINC) 등의 이용을 저조하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윤송이 상무는 “일밀리는 현재 SKT 무선인터넷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커버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네이버 문제는 앞으로 맞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밀리는 또 휴대폰 이용 UI의 일종이기 때문에 단말기 사업자와의 UI주도권 경쟁의 불씨를 댕길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해 10월 서비스 출시후 지금까지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이유는 단말기 제조사와의 협력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음악서비스만 놓고 봐도 일밀리가 SKT의 ‘멜론’을 안내한다면 단말기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삼성전자의 ‘애니콜랜드’가 그만큼 불리한 입지에 놓이게 된다.
윤 상무는 “단말기 소싱 때문에 서비스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단말기 제조사와 서비스사업자 간에 무선인터넷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환경을 만들자는 이해는 서로 같기 때문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서비스에 관련된 UI는 사업자의 의도에 맞춰주는 것이 원칙 아니겠느냐”면서도 “UI는 제조사의 고유한 경쟁력”이란 말로 서비스사업자의 이 같은 의도가 향후 제조업체와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태훈·김용석기자@전자신문, taehun·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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