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IT업체 사장 비서 2인

오는 27일은 세계비서협회(IAAP: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dministrative Professionals)가 정한 비서의 날(4월 마지막주 수요일)이다. 흔히 비서 하면 ‘얼짱’ ‘몸짱’을 연상한다. 또 ‘눈치 10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이젠 이정도로는 어림없다.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함께 ‘실력짱’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통신·컴퓨터업체에서 근무하는 이현정(26), 이정은(30)씨로부터 ‘사장 비서의 삶’을 들어봤다.

◇잘 챙겨주는 성격이 공통적=휴대폰 업체서 근무하는 현정 씨는 대학 다닐 때부터 비서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그래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현정 씨는 학교에서 개설한 전문비서(AP) 과정도 마쳤다. 남을 잘 배려해주는 성격인 현정 씨는 자신의 성격이 비서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국적 컴퓨터업체에서 근무하는 정은 씨 역시 남을 잘 챙겨준다. 정외과를 졸업한 정은 씨는 정부 부처에서 일년간 번역일도 했다. 비서로서의 첫 인연은 지난 2000년 6월 모 컴퓨터기업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보다 나은 비서를 위해 경영대학원까지 졸업한 정은 씨는 작년 1월 전문 비서로 다시 돌아왔다.

◇사장보다 일찍 출근하는 건 기본= 현정 씨 직장은 출근 시간이 오전 9시다. 현정 씨가 보좌하는 사장은 오전 8시에 출근한다. 아침부터 챙길 것이 많은 현정 씨는 사장 보다도 30분 이른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한다. 이후 신문에 난 부음 기사까지도 체크할 만큼 사장 스케쥴을 빈틈 없이 관리한다. 현정 씨는 퇴근 시간도 사장보다 늘 30∼1시간 30분 정도 늦다. 정은 씨도 사장님이 출근하는 오전 8시 보다 약간 일찍 출근한다. 하지만 다국적 컴퓨터기업에 다니고 있는 까닭에 늦은 퇴근은 아주 드문 일이다.

◇칭찬 한마디에 목숨 건다고?= 현정 씨가 모시는 사장을 주변에선 좀 무뚝뚝(?)한 편이라고 여긴다. 당연히 말씀도 별로 없다. 그런데 최근 그런 사장이 최근 웃으면서 “일 잘했다”고 칭찬해줬다. 그 순간 현정 씨는 그야말로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정은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근 미국 본사에서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방한했는데 이들이 정은 씨 일처리 하는 것을 보고 “제인(정은 씨의 영어이름) 잘했어요. 고생많았습니다”고 했다. 정은 씨의 지난 며칠 간의 혹독한 고생이 단숨에 날아갔음은 물론이다.

◇사장 비서도 권력?=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가장 높은 사람과 가장 가까이 있다 보니 남다른 시선을 받는다.

우선 평사원들은 그들을 감히(?)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임원들도 두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하지만 때로는 낭패스러울때가 있고 가끔은 외롭다는 생각도 한다. 대표적인 게 대화를 나누던 직원들이 두 사람이 다가가면 갑자기 대화를 중단할 때다.

◇좋은 리더란=항상 리더십을 지켜 보는 그들이니 리더십에 대해서도 일가견이 있다. “방향 제시와 함께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포옹력이 중요합니다. 또 알아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창의적 업무 환경을 조성해주는게 필요하죠.”(현정).

“일단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이끌죠. 그리고 큰길, 방향성만 제시하고 부하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잘 했을 때는 아낌없이 칭찬해주고 대신 다른 길로 갔을 때는 혹독하게 야단치는 것도 필요하고요.”(정은)

◇영어, 컴퓨터, 그리고 튼튼한 체력은 기본= 두 사람은 자기 계발에 열심이다. 현정 씨는 주말마다 토익 특강을 듣는다. 또 체력단련을 위해 인라인을 타거나 볼링을 친다. 이 모두 몸이 아프면 밝은 미소가 나올수 없기 때문에 평소에 체력관리를 확실히 해 두는 것이다. 그동안 계속 영어 공부를 해오다 최근 잠시 중단한 정은 씨도 조만간 CNN 청취 등 영어 공부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매일 건강 관리하는 것도 현정 씨와 비슷하다.

◇다시 태어나도 이 길을?= 두 사람은 “비서의 개념이 이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차나 나르고 문서수발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단다. 회사 업무를 꿰뚫어야 함은 물론이고 사장이 말을 안해도 뭘 원하는지 척척 알 정도로 업무 능력과 센스를 갖춰야 한단다. 또 수시로 외국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만큼 탄탄한 영어 실력도 기본이다.

두 사람은 “점점 전문화 하는 시대 요청에 맞춰 50, 60대에도 전문 비서로 당당히 서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정 씨는 팬택에서, 그리고 정은 씨는 한국EMC에서 근무하고 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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