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전기제품 안전관리제도는 지난 1971년에 전기제품으로 인한 화재·감전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됐다. 당시에는 수요에 비해 생산공급능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팔려나갔다.
물론 ‘안전’의 개념은 없던 때다. 안전관리제도가 도입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법·불량 전기제품 유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불량 전기제품 유통률이 1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제품의 생산기술 발달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품질·기능·디자인도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압력밥솥 폭발사고를 비롯해 TV와 세탁기에서 불이 나는 등 전기제품으로 인한 안전사고는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생활 필수품이 된 전기제품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는 데 비해 불법·불량 전기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제품 제조업자들의 의지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1세기는 국내 시장 개방과 더불어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대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전기제품은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시장을 잃게 된다.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세계 각국은 전기제품의 위해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기준 및 시장감시체제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핀란드의 경우 1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불법·불량 전기제품이 유통되는지 연중 감시하는 ‘상시 시장 감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도 이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갖춰 놓고 가동중이다.
국내 전기제품 제조업체들도 눈에 보이는 디자인과 기능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서는 불법·불량 전기제품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기로 하고 지난달 말 ‘전기제품안전관리법’을 개정·공포했다. 이번에 개선된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기제품 제조업체들은 제품 출고 전에 반드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출고시에도 안전 인증을 받을 당시와 동일한 안전성이 보장되는지 업체 스스로 검사하는 제도다.
둘째, 안전성이 우수한 제품에 대해서는 정기검사를 면제해 주는 조항을 둬 제조업체의 자율관리체제를 도입했다.
셋째, 안전 인증을 받지 않고 유통되는 제품에 대해 수거·파기할 수 있도록 했다. 불법 제품을 유통시키다가 적발될 경우 불법 제품 제조업자가 직접 수거하고 파기해야 한다.
넷째, 불법 전기제품 단속전문기관을 설립했다. 현재 불법 전기제품 단속업무는 각 지자체의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다. 하지만 각 시·도에서는 인력 및 전문성 부족 등의 이유로 형식적인 단속업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전문기관인 ‘한국전기제품안전협회’를 설립해 연중 단속을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다섯째, 법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전기제품안전규정 위반시 처벌 강도가 약해 불법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종전의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술표준원에서는 기업 스스로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자율관리시스템을 확산시킴과 동시에 불법·불량 전기제품에 대해서는 철저히 유통을 막는 체제를 구축해 국민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 보완과 사후관리를 실시해 나갈 방침이다.
◆김재덕 산자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장 jdkim@a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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