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셔 제왕을 가리자.’
한동안 소강 상태에 있던 게임포털들의 퍼블리싱 전쟁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게임’ ‘넷마블’ ‘피망’ ‘엠게임’ 등 이른바 ‘게임포털 빅4’는 올해 많게는 40여종에 달하는 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한다는 계획을 수립중이다.
이는 지난해 퍼블리싱보다 자체 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퍼블리싱사업이 시장 확대와 규모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이란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파란’이 캐주얼게임 ‘프리스타일’의 흥행에 힘입어 빠른 시일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엠게임’이 ‘열혈강호’와 ‘영웅’의 인기로 선두그룹을 위협하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몇몇 게임포털들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해외 유력게임까지 염두에 두고 유통망도 아시아로 확대하는 등 퍼블리싱이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대되는 질적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 빅4는 지난해부터 하나같이 CEO를 바꾸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성한 상태. 새사령탑의 우열도 퍼블리싱 전쟁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게임포털 빅4의 올해 퍼블리싱 전략은 일단 ‘물량공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표 참조>
<표> 게임포털 빅4 올해 퍼블리싱 라인업
업체 킬러 타이틀 비고
NHN 아크로드, 블리츠1941, 바우트 NHN게임스 개발 3종 추가 퍼블리싱
CJ인터넷 바닐라캣, 라키온, 쿠드그라스 연내 15종 게임 퍼블리싱 계획
네오위즈 요구르팅, 악시온, RNR CEO 교체후 퍼블리싱 대폭 강화
엠게임 스틱스, 황제의 검 스포츠, 캐주얼게임 집중 발굴
지난 2002년 처음으로 게임포털을 통한 퍼블리싱 모델을 선보였던 CJ인터넷의 경우 현재 서비스중인 20여종의 게임 수와 맞먹는 15종의 게임을 올해 무더기로 퍼블리싱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지난해 자체 게임개발에 무게중심을 뒀던 NHN과 네오위즈도 마찬가지다.
NHN은 자회사 NHN게임스가 개발한 게임을 합쳐 모두 6∼8종의 게임을, 네오위즈도 자회사인 엔틱스소프트가 개발중인 ‘요구르팅’을 포함해 최소 5개에서 최대 10개 타이틀을 올해 쏟아낸다는 전략이다.
다만 지난해 ‘열혈강호’ ‘오투잼’ ‘스페이스 카우보이’ 등 여러작품을 퍼블리싱한 엠게임은 올해는 가장 취약한 장르를 중심으로 선택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게임포털들이 준비중인 올해 퍼블리싱 타이틀은 MMORPG를 비롯해 캐주얼게임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그리는 양상이다.
하지만 NHN과 네오위즈가 자회사가 개발한 대형 MMORPG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CJ인터넷과 엠게임은 새로운 장르와 캐주얼게임을 ‘킬러 타이틀’로 꼽는 등 무게중심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맞고’ 등 보드게임을 주로 서비스해온 NHN과 네오위즈의 경우 올해를 기점으로 게임 퍼블리싱사업이 본격화되는 측면이 강하지만, CJ인터넷과 엠게임은 이미 MMORPG 등 하드코어 게임을 다수 퍼블리싱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주력 타이틀에 쏟아붓는 판권료나 마케팅 예산에도 잘 반영되고 있다.
NHN과 네오위즈는 각각 ‘아크로드’와 ‘요구르팅’에 많게는 30억원에 달하는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반면 CJ인터넷은 ‘바닐라캣’ 등 몇몇 타이틀에 이례적으로 10억원이 넘는 판권료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엠게임도 취약한 스포츠, 캐주얼게임을 퍼블리싱하면서 기존의 보수적인 마케팅 예산을 탈피해 대대적인 물량공세로 응수한다는 전략이다.게임포털들의 시야가 국내에서 해외로 넓어진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국산 게임뿐 아니라 외산 게임도 시장성이 있다면 언제든지 퍼블리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NHN의 경우 일본 유력 콘솔게임을 온라인으로 개발하기 위해 접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CJ인터넷과 엠게임은 코에이의 첫번째 온라인게임 ‘대항해시대온라인’ 판권을 놓고 물밑경쟁에 들어간 상태다.
여기에 중국·일본 등 현지법인을 거느린 NHN과 CJ인터넷은 올해부터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을 적극 펼친다는 계획이다.
NHN 채선주 홍보팀장은 “국내의 한게임과 한게임재팬, 중국 롄종을 아우를 경우 동시접속자 1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며 “올 상반기 ‘당신의 골프왕’을 일본에 서비스하는데 이어 ‘아크로드’를 국내 상용화 이후 일본과 중국에 동시에 론칭하는 등 한·중·일 트라이앵글 퍼블리싱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CJ인터넷 권영식 퍼블리싱 담당 이사도 “해외 유망 개발사와 제휴를 통한 아시아 시장 지배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유수 해외게임의 판권확보는 물론 국산 게임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도울 방침”이라고 밝혔다.게임포털들의 퍼블리싱 전쟁이 재점화된 배경에는 퍼블리싱 사업이 차세대 수익모델로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엠게임과 파란 등 중위권 게임포털이 ‘열혈강호’ ‘프리스타일’ 등과 같은 ‘킬러 타이틀’ 퍼블리싱으로 시장지배력을 빠르게 확대한 사례에 자극받은 듯한 분위기다. 여러개의 타이틀 가운데 하나만 터져도 단번에 이용자와 매출 확대를 이룰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맞고’로 대변되는 웹보드게임의 성장률이 크게 둔화되면서 게임포털들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연스럽게 퍼블리싱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 게임포털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새로운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퍼블리싱 전쟁은 기회와 동시에 함께 높은 리스크도 동반하고 있다. 퍼블리싱쪽으로 돈으로 몰리면서 영세한 개발사들이 모처럼 자금의 숨통이 트이는 반면 게임포털간 경쟁으로 판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현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많아야 5억원을 넘지 못하던 판권료는 지난해 20억원까지 호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CJ인터넷 권영식 이사는 “게임포털뿐 아니라 한빛소프트, 엔씨소프트 등 자금력을 갖춘 메이저 개발사들도 퍼블리싱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라며 “그 만큼 퍼블리싱시장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모델로 바뀌어 결국 게임의 옥석을 가려내는 안목을 지닌 업체만 살아남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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