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린티노 감독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94년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펄프 픽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은, 극중 미아 역의 우마 서먼과 빈센트 역의 존 트라볼타가 저녁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갔다가 무대에서 트위스트를 추는 장면이었다. 영화 ‘쿨’에서 10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영화 속 커플들은 이번에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Sexy’를 배경으로 멋진 라틴 춤을 춘다.
그러나 ‘쿨’은 ‘펄프 픽션’의 속편이 아니다. 3류 갱스터 칠리 팔머가 할리우드로 들어가서 영화 제작자가 되는 ‘겟쇼티’의 속편이다. 그런데도 칠리 팔머(존 트라볼타 분)는 할리우드가 속편 만들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투덜거린다. 이제 염증이 나서 할리우드를 떠나고 싶다고 말한다.
또 ‘펄프 픽션’에서 보스의 애인을 경호하려고 만났다가 이상한 관계로 빠져들 뻔한 우마 서먼과는 친구의 미망인으로 만난다. 음반 제작자인 친구가 자신의 눈앞에서 러시아 갱단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칠리 팔머는, 친구의 부인 이디(우마 서먼 분)를 만나 음반 제작에 뛰어든다.
‘쿨’ 속에는 미국 대중문화가 다양하게 패러디돼 있거나 연상작용을 불러일으키게 구성돼 있다. 특히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 장면에는 10년전 그들의 힛트작 ‘펄프 픽션’의 후일담을 연상시키는 대사나 행동들이 들어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쿨’ 속의 패러디는 매우 교묘하고 다양해서 캐릭터나 대사나 장면들이 쉴새없이 패러디의 원본을 떠올리게 하며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소형차 미니 선풍을 불러일으킨 ‘이탈리안 잡’과 인질협상 영화 ‘네고시에이터’를 만든 게리 그레이 감독의 ‘쿨’은, 그러나 거기까지다. 최고다, 멋지다, 산뜻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 ‘쿨’은 최고가 될 수 없다.(영화의 원제는 ‘Be cool’, 즉 ‘진정해’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게리 그레이 감독이 너무 부분적인 즐거움에 빠져 영화의 큰 힘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칠리 파커는 신인가수 린다 문을 발굴하지만 그녀는 이미 악덕 메니지먼트 업자인 닉 카(하비 케이틀 분)와 노예계약을 맺은 상태다. 칠리 파커는 닉카와, 그리고 러시아 마피아와, 갱스터 프로듀서 신 라셀과 싸우며 린다 문을 지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린다 문을 스타로 발돋움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하는 락그룹 에어로 스미스의 리더 스티븐 타일러가 실제 등장하고, 또 갱스터 프로듀서 패거리로 실제 랩 그룹 ‘다부엠디’가 출연한다. 프로레슬링 출신의 배우 ‘더 락’이 배우 지망생 보디가드로 등장해서 눈썹 밀어 올리는 개인기로 웃음을 주고, 대니 드비토가 까메오로 출연해 키스를 퍼부으며 톰 행크스와 니콜 키드만도 전광석화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출연진의 막강 파워가 영화를 그나마 볼만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의 원작자는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의 원작자이기도 한 엘모어 레너드. 원작 소설이 영화보다 훨씬 재미있다. 존 트라볼타는 이 영화의 전편인 ‘겟 쇼티’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그때의 영광을 재현하기에는 영화적 긴장감이 너무 떨어진다.
<영화 평론가·인하대 겸임교수 s2jazz@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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