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포커살롱](38)방심

제갈 량, 장량과 함께 중국 역사상 최고의 지모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손무는 손자병법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손무는 군사 훈련 중 군기가 해이해졌다는 이유로 임금이 총애하던 비를 2명이나 참할 정도로 엄격한 군율을 강조한 인물이다.

또한 “병사는 하루를 쓰기 위해 100년을 투자하고 기르는 것”이라는 말로 병사들의 충성과 용기를 내세우기도 했다. 단 한순간의 사용을 위해 100년을 투자한다고 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쩌면 영원히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에 그 오랜 세월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쯤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세계포커대회 결승전에서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딜러 출신인 S는 가장 적은 칩으로 결승에 올라와 시종 일관 선전, 결국 T와 챔피언을 가리는 1대1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처음 결승전을 시작할 당시 두 사람의 칩 차이는 무려 15배였다. 그러나 두사람만이 남았을 때는 칩 차이가 거의 없어 누가 우승을 차지할지 전혀 예측 불허의 상황이었다.

물론 지명도에서는 월드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던 화려한 경력의 T가 앞섰다. 하지만 적은 칩으로 고비마다 멋진 승부 감각과 행운까지 곁들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S쪽에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회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와 실수, 그리고 행운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아무도 우승자를 장담 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결승전 시작부터 시종일관 그렇게 탄탄하고 안정된 운영을 해오던 S가 단 한순간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것으로 승부는 바로 막을 내렸다. 그 실수는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점이었다.

포커를 배운지 얼마 안된 아마추어라면 모를까. S와 같은 세계 수준의 톱플레이어로서는 절대 나와서는 안 될 큰 실수였다. 예선전부터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또 결승에 와서도 눈부신 기세를 이어갔지만, 결국 단 한번의 실수로 눈앞에서 우승컵을 날려버린 것이다.

게임이 끝난 후 S 스스로도 “내가 왜 그렇게 무리하게 승부를 걸었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두말할 필요 없는 나의 잘못된 플레이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처럼 포커게임은 몇 시간 며칠을 잘하다가도 단 1-2분의 방심으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게임이다. 그래서 포커게임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까지 잠시도 방심해서는 안된다. 특히 포커 게임에서 항상 패배하는 하수들은 지금의 이야기를 명심해야 한다. 하수일수록 게임 후반부에 들어 너무도 어이없는 한순간의 실수로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손무는 하루를 사용하기 위한 군사를 100년 동안 훈련시킨다고 했다. 포커에서는 100분 동안 잘한 것이 1분 만에 사라진다. 두가지 이야기는 선과 후만 다를 뿐, 속에 흐르고 있는 맥과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일치한다. 부디 포커뿐만이 아닌 어떤 일에서도 끝났다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에 방심으로 일을 그르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원한다.

<펀넷고문 leepro@7po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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