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국내에도 정식발매돼 꽤 친숙해진 ‘플레이스테이션 2’는 온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었다. 이 게임기의 전신인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 내놓았던 캐치프레이즈 중의 하나도 ‘온 가족의 PS’였다. 그 말대로 플레이스테이션은 온 가족이 즐길 만한 작품들을 내놓는데 노력을 많이 기울였고, 그 결과 가족이 즐길만한 훌륭한 작품들이 꽤 많이 발매됐다.
그 결과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게임기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대성공을 거두는 데 공헌한 게임들은 참 많다. ‘릿지 레이서’ 시리즈, ‘철권’ 시리즈,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등 걸출한 작품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어쩌면 위에서 예로 든 몇 개의 게임들보다 더 ‘온 가족의 PS’라는 말에 어울리는 작품이 하나 있다. 위의 시리즈들만큼 관심을 끌지도 못 했지만, 은근한 매력을 발휘하며 스테디셀러가 되었고 전 시리즈가 편당 100만장 가까이 팔릴 정도로 사실상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 그것이 바로 ‘모두의 골프’ 시리즈다.1994년 12월 3일 플레이스테이션이 발매된 이래, SCE는 여러 방면에서 연령과 취향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기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1997년 7월 17일 ‘모두의 골프’가 발매됐다. 사실 골프라는 스포츠는 일반인들이 즐기기에 여러 면에서 어려운 스포츠다. 규칙 자체도 쉽지 않거니와 치는 순간에 고려해야 할 부분도 굉장히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결코 ‘친숙하지 않다’는 것.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모두의 골프’는 대단히 특이한 작품이었다. 제목에서부터 ‘모두’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보면 알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골프게임’을 전면적으로 표방하고 있었다.
귀엽기 그지없는 SD 캐릭터, 멋지게 볼을 홀에 집어넣을 때의 화려한 모션 등 보기에 즐거울 뿐 아니라,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요소만을 게임에 구현하고, 그런 요소에 대해 전혀 모른다 하더라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진정한 ‘모두의 골프’로 만들어냈다.
이런 방향성은 실제 골프를 즐기고는 싶어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사람들의 욕구를 제대로 간파했던 모양인지 입소문이 붙기 시작했고, 점점 판매량이 늘어갔다. 그 결과 일본에서만 약 177만장 가량이 판매되는 대단한 인기 타이틀이 됐고, ‘Hot Shot Golf’라는 제목으로 1998년 북미 지역과 유럽에도 발매됐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이었다.물론 과거에도 단순한 골프 게임은 꽤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골프’의 차별점은 ‘왜’라는 부분이다. 과거의 게임기에서는 성능의 문제였다. 하드웨어적으로 골프의 다양한 부분을 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만을 구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모두의 골프’는 조금 달랐다. 이 시리즈의 단순함은 ‘일부러 만든 단순함’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의 파워로서는 분명 골프의 다양한 부분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당시 ‘Links’ 시리즈로 대표되는 다른 골프 게임들은 최대한 실제 골프와 비슷한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것에서 ‘모두의 골프’는 차별성을 가진다. 좀 더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서 만들어진 ‘모두의 골프’만의 단순함은 수많은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고, 그 호응은 ‘모두의 골프 2’ ‘모두의 골프 3’ ‘모두의 골프 온라인’ ‘모두의 골프 4’ ‘모두의 골프 포터블’까지 그리고 일본 시장, 미국 시장, 한국 시장까지 시간과 기종, 그리고 지역에 국한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더욱 값지다.
한국 시장에도 ‘플레이스테이션 2’가 정식으로 발매된 후 ‘모두의 골프 3’라는 이름으로 북미판인 ‘Hot Shot Golf 3’가 발매된 바 있는데, 아쉽게도 북미판의 조금은 이질적인 캐릭터 디자인이어서 그리 좋은 평판을 거두지는 못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괜찮은 판매량을 보였다. 또한 5월 2일 국내에 발매될 PSP와 함께 ‘모두의 골프 포터블’이 발매될 예정이기도 하다.사실 이 작품은 ‘카멜롯’이라는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이다. 카멜롯은 흔히 타카하시 형제로 알려져 있는 타카하시 히로유키와 타카하시 슈고가 만든 제작사. ‘모두의 골프’는 그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지만, SCE와의 의견 충돌로 결국 ‘모두의 골프’는 1편 이후로는 그들이 아닌 다른 제작사인 ‘Clap Hanz’가 뒤를 이어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카멜롯은 그 이후 기종을 옮겨 닌텐도의 게임보이 어드밴스나 닌텐도64, 그리고 게임큐브, 닌텐도 DS 등으로 ‘마리오 골프’ 시리즈를 발매하고 있다. 물론 마리오라는 다른 캐릭터를 주 캐릭터로 하고는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골프 게임’이라는 기본적인 방향성은 그대로다.
이 덕분에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플레이스테이션, 플레이스테이션 2를 이어 PSP에 끝나지 않고, 닌텐도 진영의 각 게임기에서도 이런 재미있는 게임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시리즈로서는 좀 아쉬운 일이지만, 게이머들에게는 더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이 ‘모두의 골프’라는 게임이 갖는 가장 큰 의의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소재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소재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이다. 게임의 재미는 시공을 초월한다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생각보다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게임 제작사 역시 제작 당시에 어떤 계층의 게이머들을 노릴 것인가라는 소위 ‘타깃’을 미리 잡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모두의 골프’는 그야말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서 확실히 자리 잡았다. 게임을 오래 즐겨본 게이머든 아니면 게임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게이머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 그런 게임을 과연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기에 ‘모두의 골프’ 시리즈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이광섭 엔게이머즈 팀장 dio@gamer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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