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만들면 다르다’는 말이 명언처럼 회자되던 때가 있다. 사람들은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있으면 그 무엇이든 눈길을 한번쯤 더 주었고, 그런 경향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게임단 ‘삼성전자칸(KAHN)’의 선수 구성과 그동안 거둔 성적을 보노라면 과연 삼성전자가 직접 운영하는 게임단이 맞는지 의아스러울 때가 많다.
삼성 배구단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승가도를 달리는 모습까지는 아니더라도 7전8기 끝에 정상에 올라 이름 값을 한 삼성라이온스와는 좀 비슷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다. 삼성전자의 게임사업과 게임단 운영을 총괄하는 삼성게임통 권강현 상무를 통해 삼성이 갖고 있는 게임단 운영 목적과 e스포츠와 연계한 삼성의 장기적인 비전, 그리고 이름에 걸맞지 않는 초라한 성적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들어봤다.
# e스포츠 전문가 양성이 게임단 운영 목적
- 프로 게임단 삼성전자 칸의 창단과 운영 목적은.
▲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의 건전한 정신함양과 함께 노력을 통한 성취감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선수 개인의 자율적 훈련과 자기관리 능력을 통해 기량을 향상시켜 올바른 인성을 지닌 진정한 프로게이머로 성장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e스포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삼성이 갖고 있는 비전, 참여 폭, 기업활동과 연계한 활용 방안 등에 대해 얘기하면.
▲ 삼성전자는 게임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통해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를 지원·발굴함과 동시에 미래 소프트웨어의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 멤버쉽이나 아마추어 게임 공모전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기서 배출되는 많은 개발자들은 미래 게임산업을 이끌고 갈 인재들이다. 기업의 역할은 현재의 이익창출도 중요하지만 장차 미래산업을 이끌 인재를 키우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게임단 운영목적 역시 미래를 이끌고 갈 우리나라 청소년에게 e스포츠의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 e스포츠를 포함해 게임산업 전반에 대해 갖고 있는 견해는.
▲ 게임산업은 지식산업의 결정체로 전자 기술과 감성 기술, 그리고 문화적 특성이 부합된 미래 지향적 산업이다. 따라서 단순한 청소년들의 놀이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커져버린 고도로 디지털화된 미래 산업이라 하겠다. 이런 면과 부합돼 e스포츠 또한 미래산업의 대표적인 아이콘으로 그 위상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e스포츠 사업이 공명 정대한 스포츠 정신과 게임 본연의 경쟁심이 잘 어우러져 청소년들에게 좋은 가치관을 심어 주도록 뒷받침 해주는 것이 바로 본인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 연봉 인센티브 등 다방면 지원 … 규모 확대할 터
-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에 걸맞지 않게 ‘삼성전자 칸’이 거두고 있는 성적은 초라해 보이는데.
▲ 타 게임단처럼 성적에 기반을 둔 기업 마케팅이 삼성의 게임단 운영목적이 아니다. e스포츠 인재 양성 및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 전체적인 e스포츠의 발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타 게임단의 경우 인기종목인 ‘스타크래프트’ 게임단만 운영하는데 비해 칸은 상대적인 인지도에서 열세에 있는 ‘워크래프트3’, ‘피파’ 등 다양한 종목의 게임단을 지원하고 운영한다. 앞으로는 국내 인기 게임의 선수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국내 게임산업 발전 측면에서 앞으로 칸이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길 바란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보람을 느낀다.
- ‘WCG’ 개최 등 e스포츠에 많은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서도 국내 e스포츠의 대표격인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와 프로 게임단 삼성전자칸의 성적, 운영, 지원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한듯 보인다.
▲ 성적이 중하위권이고 스타급 선수가 없다고 해서 게임단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의 육성과 발전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선수에 대한 지원, 연봉, 인센티브 등 타 구단과 비교해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것은 더욱더 강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인센티브의 경우 메이저급 대회 우승 시에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아마추어 대회에서 메이저 대회까지 4강까지 입상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성적보다는 전체적인 선수의 기량이나 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워크래프트3’와 ‘피파’ 선수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고 현재 ‘스타크래프트’ 리그에 편중된 게임리그가 좀 더 다양한 종목과 형태로 저변확대를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올해 프로게임단 삼성전자 칸 운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들었다. 선수와의 계약이나 게임단에 대한 지원, 선수 육성 및 발굴 등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가. 또 삼성전자 칸에 투입되는 1년 예산은 어느 정도인가.
▲ 최근 변은종, 박성준, 이창훈 등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저그 개인전과 더불어 팀 플레이 전력 보강을 위해서다. 새로 영입한 선수를 통해 팀내 경쟁구도를 촉발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게임단 전체 전력 및 기량을 향상시키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나아가 팀에서 스타급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 목표이자 바램이다. 그리고 선수들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감독 외 1명의 매니저를 영입할 계획이다. 또한 선수들이 연습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삼성전자칸
- 당장의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 선수의 발굴 및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하지만 스타급 유명 선수가 너무 없어 보인다.
▲ 스타급 유명 선수라고 처음부터 스타급 선수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지금 스타급 선수들 또한 수 년간의 힘든 무명시절이 있었다. 실력있는 선수 발굴과 빠른 성장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현재 몇몇 선수의 기량이 눈에 띄게 향상하고 있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렇게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칸은 이미 미래를 이끌 스타급 선수를 보유했다고 자부한다.
- 단장으로서 현재 삼성전자 칸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 e스포츠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인정받는 것이다.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전반적 활동과 더불어 많은 사람에게 e스포츠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보고 느끼고 즐기는 기회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특히 프로게이머는 청소년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칸은 선수 개개인이 실력과 함께 프로게이머로서의 바른 자세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게 여긴다. 프로게이머의 실력은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산물이며, 이것은 청소년들에게 노력하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또한 승부만이 전부가 아닌 정정당당하게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선수간에는 서로 돕는 좋은 이미지가 청소년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다. 실력으로만 인정받는 칸이 아닌 e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 발전에 힘쓰는 칸의 모습을 지켜보기 바란다.
- 혹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할줄 아는지. 안다면 어느 종족으로 얼마나 해왔는지.
▲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많은 게임을 접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자주하는 게임은 없다. 팀내 게임 전문가들이나 마니아들이 많아 가끔 플레이하는 것을 지켜보곤 한다. ‘스타크래프트’는 게임단을 운영하며 몇 번 플레이 해봤는데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AI를 가까스로 이길 정도다. 보통 테란으로 플레이한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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