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좋은 개살구인가, 절호의 찬스인가?’ 이통사들의 무선선인터넷 망개방에 대한 콘텐츠업체들의 반응은 대체로 찬반 양론으로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 중 하나인 게임업체들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다.
모바일 게임업계는 특히 이통사와 후발 SP(서비스업자)들의 경쟁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하는 데다 이통사의 벨류체인 구조상 당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네이크’ ‘멀티팩’ ‘이지아이’ 등 이통사들이 단말기에서 하나의 키로 바로 사이트에 접속하는 ‘핫키’를 독점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후발 SP들이 등장한다해도 당장에 큰 주목을 받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즉, 숫자도메인인 ‘윙크’(WINC)를 통해 보다 간편하게 후발 SP 사이트로 접속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해도 핫키에 익숙한 유저들의 습관이 무서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모바일게임 CP 사장은 “다양한 웹투폰 방식의 모바일 서비스나 별도 ##형태의 식별번호를 통한 서비스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핫키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망개방이 부분적 개방에 불과하다는 것도 게임업체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이유다. 포털들이 ‘네이트’를 통해 또 하나의 판매 루트를 만드는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모바일 게임 M사 사장은 “비용이 다른 유료 도로가 하나 더 생긴 것과 마찮가지”라는 식으로 비유했다.
전혀 새로운 길이 뚫렸거나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되는, 없던 장소에 새 매장이 생긴 것과는 다르다는 뜻이다. 이통사로부터 서버를 임대하는 형식으로는 매장 내에 같은 상품을 파는 또 다른 코너가 하나 더 생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 이같은 견해는 특히 3대 이통사의 전략적 파트너인 중견 게임업계쪽에서 주로 나온다.
그러나, 상당수 후발 중소업체들의 생각은 다르다. 모바일게임 유통 구조상 이통3사를 통해 서비스되는 게임이 극히 제한된 실정에서 제2, 제3의 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분명 호기라는 입장. 특히 작년부터 이통사들이 전략적 파트너사를 선정, 후발 CP들의 론칭 장벽을 더욱 높인 상황에 비춰 후발 SP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 효과가 크다.
새로운 채널이 생긴다는 것은 기존 이통사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얘기다. 한 중견 게임업체 사장은 “솔직히 지금도 해피한 메이저게임업체들은 기득권을 놓칠까 걱정한다. 그러나 어렵게 게임을 만들어도 채널이 없이 고민하는 후발업체들에겐 분명히 큰 변화이자 기회”라고 지적했다.
후발 SP들이 다양한 마케팅 툴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 창출에 나설 경우 전체적인 시장 파이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망개방의 긍정적 효과로 평가되고 있다. 무엇보다 유선과 무선을 연계한 유·무선 연동 마케팅을 전개할 경우 기존 유선 사용자들을 무선으로 유인, 자연스럽게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얘기다.
게임빌의 송병준 사장은 “독과점 구조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보다 많은 자본이 게임업체에 투자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로인해 전반적으로 모바일 게임 산업의 산업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발 사업자들이 기존 이통사 몫의 일부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창출을 통해 전체 모바일게임 산업 규모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증권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모바일게임업체들은 고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이통사와의 취약한 종속구조에 따른 안정성이 떨어졌다”며 “망개방이 된다면 이 부분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러면에서 망개방이 된다해도 당분간 이통사에 유리하게 흘러가겠지만, 후발 사업자들이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시장 파이를 늘리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누구나 이통사의 무선망을 통한 접속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무선인터넷망 개방은 현실화됐다. 그러나 실질적 망개방은 ‘비차별적인 상호 경쟁환경에서 무선인터넷 시장을 활성화 하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망개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앞으로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가 시작되면 그동안 내재된 불공정 이슈가 더욱 더 예민한 문제로 표면화 될 것이며, 이것을 어떻게 조정하고 개선해 나가느냐의 문제는 망개방 정책의 성공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우선 산업구조적 문제가 변수다. 우리나라 무선인터넷시장은 이통사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무선망), 무선서비스, 단말기, 플랫폼(운영체계) 등 관련 밸류체인이 집중된 독점형 구도다. 따라서 외부 접속사업자와 기존 이통사와의 경쟁은 ‘골리앗과 다윗’의 관계에 비유된다.
이러한 문제는 명목상 망개방으로 해소될 수 없고 장기적인 문제이며, 독점을 지양하는 정부 정책에 기대를 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장 ‘선점의 우위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의 경쟁 환경이 되기 위해선 경쟁력 저하를 유발하는 각종 수수료의 합리화와 절차의 간소화 등 가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서비스 가능 범위도 문제다. 현재의 망개방 구도는 이통사 다운로드 플랫폼 서버(운영체계)를 임대하여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통사가 외부 접속 사업자의 서비스 가능 범위를 결정하는 구조다. 외부 접속사업자가 나름대로 고부가 서비스를 고안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경쟁사일 수 있는 이통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여기서 상호 경쟁을 통한 서비스의 진화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잔존해 있는 권위적 관행을 해소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그동안 망개방으로 인해 유선 포털 등으로 공급 시장이 다양화 되겠지만, 이통사와의 상하관계에 길들여진 CP들이 이통사의 눈치(?) 때문에 포털에게 서비스 제공을 꺼려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현재의 구도는 이통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종속적 관계가 여러군데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효 경쟁을 통한 시장 활성화와 사회적 편익 증대라는 망개방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두선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지금은 형식적 망개방에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숨죽이고 있는 불공정 이슈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다.
김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ksh@kinternet.org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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