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그리곤 엔터테인먼트 조병규 사장

조병규 사장(34)을 얼핏 보면 넉넉한 이웃 쌀집 아저씨의 냄새가 난다. 듬직한 풍채도 그렇고 웃는 얼굴에 가는 눈은 보이질 않아 인심 좋은 옆집 아저씨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그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남자다.

달랑 3명으로 시작해 PC 패키지 게임에 도전, 성공과 좌절을 뼈져리게 느끼고 많은 어려움 끝에 이젠 ‘안정’을 찾았다. 건설업 출신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기둥이 될 때까지 험난했던 그 긴 여정과 그리곤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들어 봤다.

# 세계적인 게임 스튜디오가 목표

“2005년의 목표는 ‘씰 온라인’을 가지고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고 훌륭한 게임을 매년 1편 이상 개발해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게임 스튜디오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그리곤엔터테인먼트(이하 그리곤)의 조병규 사장은 작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있게 말했다. 그 동안 패키지 게임을 만들면서 칭찬과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드디어 ‘씰 온라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그 앞에 망설임은 없다.

올 매출 목표는 250억원으로 업체 선두 그룹과는 분명 차이가 있으나 단 하나의 게임으로 이정도 결과를 이뤄낸 것에 부족함은 없다고 한다. 조 사장은 ‘씰 온라인’을 영어권 국가에도 서비스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다.

# 수업료 무지하게 많이 냈습니다

그리곤은 사실 PC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던 회사였고 나름대로 유명세를 탔으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회사의 과거에 대해 물어보자, 조 사장은 큰 소리로 한바탕 웃다가 천천히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그의 첫 마디는 “수업료 무지하게 많이 냈습니다.”였다.

조 사장은 원래 건설업체에서 일하던 월급쟁이였다. 그러다 벤처 창업 붐을 타고 마지막 기차에 올라타 호기있게 회사를 설립한 것이 바로 게임 업체. 98년 4월에 ‘큰바위얼굴’이라는 회사를 세우면서 당시 유명했던 ‘미라 스페이스’와 ‘가람과 바람’ 팀을 영입해 본격적으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처녀작은 3D 온라인 레이싱 게임 ‘크러쉬’. 요즘의 트렌드와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지만 그의 말처럼 “시대를 너무 앞서나가서” 이름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사장되고 말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극히 보기 힘든 호러 어드벤처 게임 ‘제피 2’를 제작했으나 손노리의 ‘화이트데이’와 맞물려 원래 잡혀진 일정보다 1년이나 늦은 겨울에 발매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후 롤플레잉 게임 ‘나르실리온’을 발표하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약 2만장을 판매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패치 파일이 무려 70만건이나 다운로드되면서 불법 복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파악했습니다. 제대로 팔렸다면 적어도 50만장은 판매가 된다는 의미였으니까요.”라며 조대표는 웃었다. 그 다음 작품이 국내 게임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천랑열전’이다. 이 게임은 유저와 평단에서 마지막 PC 패키지 게임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심각한 버그가 발생하면서 ‘버그열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져 갔다.

# 세계로 뻗는 ‘씰 온라인’

조 사장과 그리곤은 ‘천랑열전’으로 유저들의 엄청난 항의와 비난을 받았고 개발자들의 사기는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 졌다.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조 사장은 전 직원을 한 자리에 모아 “사장이 못나서,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완성되지도 않은 게임을 무리하게 진행시켰다. 모든 잘못은 나에게 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어렵고 힘든 이 상황을 발판삼아 더 좋은 작품으로 빛을 내기 바란다”는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

그렇게 힘겨운 시기도 있었지만 온라인 게임 처녀작으로 개발한 ‘씰 온라인’은 그리곤이라는 회사를 한 단계 격상시켰다. 전 직원 9명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140명에 이르고 올해에만 2개의 온라인 게임을 선보이고 내년에는 1개의 콘솔 게임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씰 온라인’은 일본, 중국, 대만, 태국 등에 진출했으며 필리핀에서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조 사장은 미국 등 영어권 국가로 뻗어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남미권에도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 게임 발전 가능성 무한대

그는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해 낙관론을 폈다. 온라인 게임의 트렌드가 MMORPG에서 캐주얼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이것은 한 시장이 붕괴되고 다른 시장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이 더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급격하게 성장한 MMORPG류는 이제 정체 시기를 맞았지만 다양한 입맛을 요구하는 유저들을 위해 새로운 게임이 계속 보급됨으로서 시장 규모가 커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판매방식 등도 진화하면서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단계이지 이를 한계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국내 온라인 게임들의 해외 진출은 매우 고무적이며 ‘라그나로크’처럼 미개척 지역에 과감히 뛰어 들어 도전자 몫을 하는 것은 대단하고, 이는 다른 회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조 사장은 끝으로 “일본에서 ‘씰 온라인 유저 페스티발’을 개최하면서 재일교포 3세 통역사를 만났는데 그는 귀화하지 않아 정식 직원 대우도 못 받는 입장이지만 한국 게임들이 일본에서 잘 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며 “그를 만나서 큰 보람을 느꼈고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1998년 4월 큰바위얼굴 설립

1999년 9월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로 상호변경

2002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게임기획시나리오 부문 수상 (나르실리온)

2003월 12월 대한민국 디지털콘텐츠 대상 ‘대통령상’ 수상 (씰 온라인)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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