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해도 게이머들은 부담 많지 않을 것"

“현재로선 국민 정서상 전면적인 완전 종량제를 실시하기엔 무리가 많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설령 종량제를 도입한다해도 일정 수준의 캡(상한선)을 둘 계획이기 때문에 게이머 등 일반 엔드 유저들의 부담은 별로 늘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터넷 요금 종량제에 대한 ISP(인터넷망사업자)측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얘기다. 즉, 종량제의 타깃은 트래픽의 주범으로 전체 트래픽의 45% 이상을 차지하는 상위 5%이며, 여기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양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유저들은 소수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신 P2P 등으로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하며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소호(SOHO)사업자 등 해비 유저들에겐 그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시행 방법 역시 시민단체들과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우려하는 사용량을 무한대로 카운팅하는 ‘완전 종량제’가 아니라, 6∼10만원대로 캡을 두는 ‘부분 종량제’로 간다는 것이 KT를 비롯한 주요 ISP들의 분위기다. KT 요금전략팀 최영익상무는 “일정한 캡을 두어 아무리 많이 써도 캡을 넘지 않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하위 95%는 대부분 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KT는 BcN 사업이 있어 트래픽 유발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ISP들은 그러나 종량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단호하다. 무엇보다 망고도화 등 신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종량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종량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많이 쓰는 사람이나 적게쓰는 사람이나 똑같이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도농간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지금같은 구조 아래선 마치 농촌사람들이 인터넷을 많이 쓰는 도시사람들을 보전해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도 이 부분에선 ISP들의 입장에 동조한다. 더욱이 최근엔 진대제 장관이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종량제를 검토하겠다”고 종량제 실시를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석재범과장은 “아직 통신사업자들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정부와 아무런 협의도 되지 않아 말하기는 이르다”고 전제하면서도 “사업자들이 요구(제안)하고 공론화되면 공청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작업을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술적인 가능 여부보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때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석재범 과장도 “종량제 문제는 기술적인 가능여부도 중요하지만, 여론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도입의 당위성과 국민정서 등 동전의 양면을 모투 터치하며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 최영익 상무도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국민 정서가 형성되기 전에는 절대로 시행하지 않겠다는게 윈칙적인 입장”이라며 “시간을 충분히 갖고 여론 환기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터넷 종량제에 대해 ISP들과 정통부는 적절한 시기에 부분 종량제 형태로 도입한다는 기본 원칙은 정했지만,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과금 시스템 구축, 사용자의 의지에 상관없이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스파이웨어’와 스팸메일 등 보안문제 등 기술적인 난제도 문제지만, 종량제에 대해 앨러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여론의 저울추를 돌리는 일이 선결과제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사회 정서적, 기술적 문제와 유예 기간 등을 모두 감안하면 종량제가 실시된다해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현재 KT, 하나로텔레콤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사용 요금의 종량제 전환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정액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OECD 가입 국가만을 보더라도 정액제만 도입한 나라가 15∼16국가에 달하는 반면 종량제만 시행하는 나라는 고작 3∼4개에 불과하다. 나머지국가는 주로 정액제와 종량제를 혼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당 초고속 인터넷 가입률 면에서 부동의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초고속 인터넷에 비해 다이얼업 방식의 전화 접속 비율이 높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실제 초고속 가입률면에서 OECD국가중 중위권인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은 다이얼업은 종량제, 초고속 인터넷은 정액제 요금 구조를 채택하고 있으며 다이얼업 인터넷 이용이 제한적이다.

반면 한국, 캐나다, 미국, 스위스 등은 무제한으로 다이얼업 인터넷이 가능하고, 초고속 요금도 정액제이다. 다만 초고속 가입률이 세계 2위권인 캐나다의 경우는 다이얼업 요금은 정액제를 도입, 한국과 약간 다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수면에선 세계 최고인 미국은 다이얼업의 경우에 한해 시내전화와 마찬가지로 종량제와 정액제를 함께 쓰고 있다.

이처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일반 다이얼업 접속 방식은 종량제를 사용하더라도 초고속망의 경우는 대부분 정액제다. 하지만, 최근들어 초고속망 가입률이 가파른 속도로 높아지고, e비즈니스와 온라인 콘텐츠 시장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부분 종량제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급부상중이다.

요금 정책 역시 시간당 요금제와 패킷당 요금제 등으로 구분하거나 일정액의 요금 상한선(캡)을 두고 사용량에 따라 과금을 차등 적용하는 추세다. 정액제를 이용하되 일정 사용량을 초과하는 유저들의 인터넷 속도를 저하하는 방법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종량제 시행을 위해선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지만, 기술적으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면서도 “종량제를 꼭 시행해야 한다면 종량제를 도입, 시행하고 있는 OECD국가들을 잘 벤치마킹해서 사업자와 사용자가 윈윈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이중배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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