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드는 `인터넷 종량제`

‘인터넷도 전기나 수도처럼 쓴 만큼 내라!’

 게임업계에 ‘인터넷 종량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동안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끼리 조심스럽게 거론되던 인터넷 종량제는 최근 정보통신부가 “현재의 인터넷 정액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데 이어 국내 최대 초고속 인터넷사업자인 KT도 주주총회를 통해 인터넷 종량제 도입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급속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되면 장시간 인터넷을 이용하는 온라인게임 해비 유저들의 통신요금이 대폭 인상돼 시장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청난 트래픽량을 발생시키는 온라인게임업체들도 비용 부담이 커져 업계엔 메가톤급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전히 네티즌들의 거부감이 심한데다 종량제 도입을 위한 기술적 걸림돌도 적지않아 ‘종량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 해묵은 찬반 논쟁 ‘재점화’

 사용시간과 데이터 전송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자는 인터넷 종량제는 인터넷사업자들이 수익 악화를 이유로 끊임없이 주장해온 ‘뜨거운 감자’다. 현재의 정액제로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응한 백본망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KT측은 이 때문에 “상위 5%의 사용자가 전체 트래픽의 43%를 차지한다”라는 자체통계를 바탕으로 종량제를 실시해도 실제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종량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정액제로 인해 발생하는 스팸메일이나 인터넷중독 등의 부작용도 줄일 수 있고, 늘어난 수익을 망·서버 재투자 비용으로 이용하면 서비스 질을 향상할 수 있어 결국 소비자가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요금제 변경이 사실상 요금 인상효과를 거두려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대중화를 불러온 정액제가 사라지면 국내 IT산업이 뿌리채 흔들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이 정보를 독점해 정보격차(Digital device)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인터넷 포털업체 프리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네티즌 10명중 6명이 인터넷 종량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KT, ‘부분 정액제’ 이미 착수

 종량제 도입을 놓고 뜨거운 찬반논란에도 KT 등 인터넷사업자들은 최근 제도 도입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용경 KT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미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현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KT는 오는 2007년께 종량제로 전환한다는 내부 계획을 이미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KT 요금전략팀 최영익 상무는 “올 가을쯤 요금 시뮬레이션을 통한 수익성 분석과 과금시스템 등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이를 분석해 전체 70∼80%를 차지하는 소량이용자들은 정액제든 종량제든 요금에 별차이가 없는 요금제도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T측은 네티즌의 거부감을 의식해 ‘종량제’라는 용어 대신 ‘부분 정액제’로 바꿔불러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KT가 구상하고 있는 종량제의 모델은 일정액의 월 기본료와 추가 사용분에 대한 요금을 합한 개념이라는 것. 엄청난 액수의 인터넷 요금이 부과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일정액의 요금 상한선도 둘 계획이라는 것이 KT측의 설명이다.

 # 게임업계 메가톤급 악재 오나

 인터넷 종량제가 가시화되면 인터넷 이용자 감소로 인터넷업계는 적지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온라인게임업계도 예외는 아니다.특히 MMORPG 등 중독성이 강한 게임의 경우 하루 평균 이용시간이 3∼4시간인 데다 헤비유저의 경우 10시간 이상 즐기는 현실을 감안할 때 유저이탈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인터넷사업자들은 트래픽의 주범은 개인간파일교환(P2P)이나 영화·동영상 등 일부 콘텐츠에 한정돼 있다며 검색이나 게임 등 대중화된 콘텐츠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온라인게임이 갈수록 대작화 추세라 게임도 트래픽 발생량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프리스타일’ 등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캐주얼게임의 경우 P2P방식으로 게임으로 즐기고 있는 데다 ‘군주’ 등 일부 MMORPG에는 개인홈페이지 등 커뮤니티 기능까지 접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완전 종량제가 아닌 KT가 주장하는 ‘부분정액제’가 도입되더라도 헤비 유저들의 경우 지금의 월 2∼4만원 정도보다 5배 정도 비싼 통신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기술적 걸림돌 이슈화

 KT 등 인터넷사업자들이 종량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요금인상을 우려하는 소비자들과 인터넷업체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NHN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70∼80%가 반발하는 마당에 공공재 성격의 인터넷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며 “지금의 정액제를 유지하되 프리미엄 상품 개발 등으로 수익을 개선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반발 이외에도 최근 급부상한 기술적 걸림돌도 종량제 도입여부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사무처장은 “데이터가 되돌아가고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인터넷의 특성인데 내가 정확히 얼만큼 트래픽을 보내고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는가”라며 트래픽 계량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스파이웨어 등 악성코드가 범람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트래픽이 양산되는 등 가입자가 스스로 트래픽을 통제할 수 없는 데도 트래픽을 근거로 요금을 내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종량제 도입의 기술적 한계를 강조하고 있다.

 KT측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종량제를 추지하는데 있어 100가지 정도의 문제를 검토해야 할 정도”라며 기술적 난제가 많음을 시인했다. 결국 인터넷 종량제는 기술적 걸림돌과 네티즌 반발이라는 8부 능선을 넘지 않는다면 한발짝도 못나갈 전망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한 관계자는 “과금, 인증시스템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아마도 KT가 전국적인 종량 과금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만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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