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SW 불공정 하도급 거래 근절해야

 소프트웨어(SW) 산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고질적인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것 가운데 대금지급을 둘러싼 분쟁만 해도 매년 4∼5건이고 올해는 벌써 1건이 발생해 현재 조정중이라는 것이다. 힘들게 프로젝트는 완료했으나 하도급 계약서 작성이 늦게 이뤄져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지만, 도급자인 대기업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우월적 지위로 그나마 후려친 대금마저 제대로 주지 않아 경영난을 겪던 중소 SW업체가 견디다 못해 조정 신청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이 그동안 목소리를 높여온 중소기업과의 상생은커녕 오히려 부담을 떠넘기는 사례들로 보인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엔 중소 SW업체들이 대기업의 하청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자인 하도급 업체들이 앞으로 거래단절을 우려해 분쟁조정기구에 조정 신청도 못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대기업의 SW관련 불공정 거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최근 중소 IT업계가 정치인이나 관계 장관과 간담회를 가질 때마다 제기되는 단골 주제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얼마 전 경영에서 물러난 안철수 전 사장이 “연간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대기업조차 납품가격을 후려친다”면서 “중소 IT기업들이 대기업의 그늘에서 목숨만 끊어지지 않아도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산다”고 말한 것은 현재 불공정 하도급 거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SW업계의 현실을 대변해준다. 규모가 큰 대형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나 공공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이 주 계약자여서 중소 SW업체들이 자사 SW를 납품하거나 프로젝트를 하청받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 IT업체에 부당 거래를 강요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답지 않는 행동임이 분명하다.

 사실 그동안 정부가 하도급 관련법을 개정하는 등 끊임없는 불공정 거래 환경 개선 노력을 해왔고 이로 인해 SW산업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도 불공정 하도급 거래가 관행처럼 남아 있다는 것은 하도급 관련 법규가 미진하거나 정부의 정책이 현장에서 역부족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현장 점검을 통해 현재의 법·제도적 장치에 문제점이 있으면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본다. 기술의 질이 아니라 기술자의 학력에 따라 결정되는 SW노임단가도 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기업의 중소 SW업체에 대한 인식제고다. 우리나라는 중소업체의 64%가 대기업과 하도급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SW업체를 동반관계의 기업으로 보지 않고 하도급 기업으로 보는 이상 불공정 거래는 개선될 수 없다. 대형 IT프로젝트가 대부분 아웃소싱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을 떠받치지 못하면 대기업의 화려한 실적도 한낱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대기업 총수의 말처럼 중소기업이 살아야 궁극적으로 대기업도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과 고용문제 등 국가경제 과제도 풀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들은 혼자만 앞서가려 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애로를 줄여주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방안을 다각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에선 대기업이 하도급 기업에 기술 지도 및 자금지원을 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듯이 우리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경영과 기술의 핵심자원을 지원해 주는 상생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경련이 올 하반기부터 대기업의 전문인력을 중소기업에 2∼3년간 빌려주는 ‘인재 품앗이’ 제도는 의미가 크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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