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SW 청정국가` 공공부문이 솔선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기다란 여의봉을 휘두르며 요괴를 물리치던 손오공의 이야기에 매료된 적이 있었을 것이다. 신통하게 늘었다 줄었다 하는 여의봉과 단숨에 10만8000리를 나는 근두운, 거기에 기상천외한 재주로 우리를 신기와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 손오공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고전인 듯하다.

 요즘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생뚱맞죠!’라는 말이 유행이다. 어린 시절 나는 손오공의 분신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조금은 ‘생뚱맞은’ 생각을 했었다. 머리카락을 뽑아 ‘휘’ 하고 불면 나 대신 학교에 가고, 부모님께 꾸중을 들을 나와 똑같은 내가 나오는 요상한 재주가 어린 마음에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만큼 엉뚱한 발상이 또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엉뚱하여 실현될 수 없을 것만 같던 손오공의 분신술이 SW 불법복제라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마치 한 번의 입김으로 가능한 손오공의 분신처럼 SW 불법복제가 너무 쉽게 이루어지고 또 유통되고 있다. 와레즈 사이트, P2P, 팝폴더 또는 웹하드 등 인터넷상 개인정보 저장공간 등을 통해 생겨나고 유통되는 불법 SW 때문에 우리나라 불법복제율은 정부의 꾸준한 단속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SW 불법복제율을 낮추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불법SW 사용을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지적재산권 침해에 따른 형벌 수준을 강화하고, SW 불법복제 상시 단속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와 감독을 수행하는 등 정품 SW 구매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늦추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불법 SW는 정품 SW의 절반 가격에 거래되기는커녕 집에서 편히 내려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이용자 스스로 정품 SW를 사용하려는 마음가짐이 없는 한 아무리 법·제도를 개선하고 단속을 한다고 하더라도 SW 불법복제는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SW 불법복제가 엄연한 범법행위임을 알리는 교육과 홍보활동을 통해 정품 SW 사용이야말로 곧 개인적 양심의 발로이자 나아가 국부창출의 시발점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양심에만 호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실시한 SW자산관리 컨설팅 결과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정품 SW 사용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양호한 편이었으나 불법 SW 사용 자체는 근절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정품 SW 사용 의지는 있으나 적절한 관리요령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정부가 효율적인 SW 자산관리 지침을 마련해 각급 기관에 보급하고, 정품 SW관리 컨설팅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도 모든 PC에 정품을 사용하도록 구매예산을 확보해 체계적인 SW 자산관리로 SW 불법복제율을 제로(0) 수준으로 낮추는 데 적극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같이 공공부문이 솔선해 정보화에 대한 윤리경영을 강화하고 정품 SW 구매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면 일반인에게도 정품 사용 의식이 확산돼 SW의 공정한 이용문화가 이른 시일 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지적재산을 어떻게 보호하고 활성화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한다. 값진 노력으로 일구어낸 소중한 지적재산을 순간의 이익에 눈이 멀어 베끼거나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 쓰는 잘못된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공공부문이 앞장서고 개인을 비롯한 민간부문이 동참하는 범국민적 정품 SW 사용운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SW 청정국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 이교용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 위원장 lkyong@pdm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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