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를 넘어 시스템 강국으로](2부)도약의 씨앗들⑤

⑤화질개선칩

 삼성과 LG가 ‘세계적인 정보가전 명가(名家)’로 우뚝서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을 못했을 일이지만, 이제는 소니·파나소닉·샤프와도 어깨를 견주면서 세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다.

대표적인 정보가전 제품의 하나인 TV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역력하다. LCD TV의 경우 삼성전자가 샤프, 필립스, 소니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고, DLP 프로젝션 TV에서는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65%로 1위다. 이 기세를 몰아 삼성전자는 올해 유럽 지역에서만 LCD TV 100만대를 판매, 1위에 도전하기로 했다. LG전자 역시 올해 유럽에서 PDP TV를 60만대 생산하며 이 분야 1위 등극을 표방했다.

이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물론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TV와 화질의 상관관계를 감안할 때, 화질에 대한 자신감에서 답을 찾더라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화질개선칩이란=‘화질’은 TV의 생명과도 같다. TV의 해상도·밝기·명암비는 물론이고, 선명도를 높이거나 색을 자연스럽게 처리하는 기술이 모두 ‘화질’과 관련된다. TV의 기본기능이 방송신호를 받아 TV를 작동시키는 것이라면, ‘화질’은 좀 더 부차적으로 TV의 ‘몸값’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흔히 TV의 역사를 화질개선의 역사라고도 한다.

화질개선칩이란 말 그대로 화질을 개선해 주는 것으로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깨끗하고 선명하게 영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ASIC칩이다.

이 화질개선칩을 사용하면 사실적인 표현이 어려운 얼굴색이나 하늘색, 잔디색도 자연색과 유사하게 구현되고, 고해상도 화면은 더욱 깨끗하게 표현된다. 영상의 떨림현상과 미세한 노이즈를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TV뿐 아니라 DVD, 캠코더, PC, 게임기 등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의 영상신호 특성에 맞춰 최적의 화면이 나올 수 있도록 기능이 보강되고 있다.

특히 이 화질개선칩은 각국의 HD방송서비스와 맞물려 더욱 중요한 위치로 올라설 전망이다.

◇삼성·LG, 기술력 과시=이런 추세에 맞춰 국내 정보가전의 양대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화질을 개선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6년 개발을 시작한 이후 2002년 ‘DNIe(Digital Natural Image engine)’라는 화질개선칩을 선보였다. 03년 처음으로 디지털TV에 탑재되기 시작했으며, 현재 3세대까지 개발된 상태다. 이를 위해 각국의 화질학회 및 표준 화질을 평가하는 단체와 긴밀한 협력을 맺고 있다.

DNIe는 브라운관, 평판 TV 등 디스플레이에 상관없이 모든 신호를 처리할 수 있는 화질개선기술로 6배밀 이상의 촘촘한 해상도를 구현하고, 노이즈 제거기술을 통해 화면 번짐을 최소화했다. 또 사용자 선호도가 높은 얼굴색과 하늘색, 잔디색을 개인 취향에 맞게 화면 조정이 가능하며, 밝기를 자동 조절하기 때문에 눈의 피로감을 막을 수 있다.

앞으로 개발될 4세대 엔진에서는 감성화질이 보다 강화될 예정이다.

LG전자도 ‘XD(eXcellent Digital)엔진’을 앞세워 화질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소비자 선호도 조사는 물론, 색채 및 화질학회 등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상호 공조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였던 ‘XDRpro’를 개선한 XD엔진은 디지털신호를 완벽하게 처리하는 한편, 전송과정에서 신호세기의 차이 때문에 발생했던 문제를 해결해 밝기와 명암비를 기존보다 2배 이상 향상시켰다.

자연색에 가깝게 색을 선명하게 표현하고, 깜박임과 같은 부작용도 최소화했다.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진단기능이 내장돼 있는 것은 XD엔진에만 특화돼 있는 기능이다.

상반기 안에 선보일 예정인 2세대 엔진에서는 색 재현오차를 줄여 선명도를 배 이상 높이고, 진단기능이 대거 보강된다. 진단기능의 경우 공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제품의 편차 범위를 줄이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사면분할 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직접 원하는 화면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용자 편의성도 개선될 예정이다.

◇중견·중소기업도 동참=국내 중소 DTV회사들도 TV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화질개선칩을 자체 개발, 장착하기 시작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42인치 PDP TV에 MGDI(Meta Genuine Digital Image) 엔진을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PDP와 프로젝션, LCD, 브라운관 등 전체 TV제품군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명암, 윤곽선, 검은색 재현에 특히 강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 현대이미지퀘스트와 디보스도 각각 FIT엔진과 MISE엔진을 개발, 실제 색감에 가까운 영상 화질을 구현하는데 전력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들 화질개선칩은 순수하게 자사 TV에만 적용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타사에 판매할 의사가 없다.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이는 소니나 파나소닉, JVC 모두 공통된 상황이다.

칩 하나가 완제품(Set)의 시장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갖고 있음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인터뷰: 김학태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연구소 책임연구원

“화질은 TV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LG전자 화질개선칩 ‘XD엔진’의 개발주역인 김학태 책임연구원. TV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학태 연구원의 말을 빌자면 가격과 화질이 절대적이다. 그 중에서도 화질은 선명하고 깨끗한 화면을 원하는 인간 본연의 생리와 맞물려 TV제조사들의 ‘영원한 공략 대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LG전자만 하더라도 화질에 대해 연구하는 그룹이 3개나 된다. 김학태 연구원이 몸담고 있는 디지털디스플레이연구소 화질그룹과 구미 화질센터가 그것. 여기에 회로개발파트가 따로 있을 정도로 비중이 높다.

“방송 규격이 SD에서 HD로 전환되면서 자연색 그대로 화질을 구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김학태 연구원은 “화질개선칩의 최근 추세도 여기에 맞춰 색의 선명도를 높이고, 개인이 직접 원하는 영상으로 세팅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램 연출자의 기획의도를 그대로 반영해 인간의 오감을 감동시키고, 화면분할과 같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인 편의를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학태 연구원에 따르면 화질개선칩은 디스플레이(액정)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응용할 수 있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모바일 XD엔진’을 휴대폰에 장착하고 있다.

“현재 ASIC 설계는 LG전자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대만이나 말레이시아의 팹을 이용해서 패키징하고 있다”는 김학태 연구원은 “특히 디지털튜너 시스템온칩(SoC)은 2002년 우수전자부품 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대외적으로 공인된 화질전문 칩”이라고 대단한 자부심을 보였다.

김학태 연구원은 “차기에 선보일 ‘XD엔진’은 선명도를 2배 이상 높이고, 기존의 시스템 진단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라며 “4면분할기능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친숙한 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데에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니 `베가엔진HD`

세계적인 정보가전회사인 소니는 베가엔진을 앞세워 TV 화질을 주도하고 있다.

베가(VEGA)란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의 밝은 별(거문고 자리의 1등성) 중 하나로 동양에서는 직녀성으로 불리운다. 실제로 천체에서 베가보다 밝은 별은 4개밖에 없어 고대 천문학자들이 행성의 밝기를 측정할 때 베가의 빛을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소니는 여기에 착안, ‘뛰어난 영상을 제공하는 TV’라는 컨셉과 소니가 모든 TV 기술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베가’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소니가 NTSC 표준신호를 디지털 신호에 가까운 파형으로 만드는 DRC(Digital Reality Creation)를 개발한 것은 1997년. 이를 중심으로 2002년에 통합 디지털 고화질 프로세싱 시스템인 ‘베가엔진’을 선보인 후, 최근에는 HD 디지털 신호까지 고정밀 신호로 전환할 수 있는 ‘베가엔진 HD’를 출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HD 디지털 방송이 보급되면서 가장 사실적인 영상미를 구현하는 것이 업계 공통의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가엔진 HD`는 HD 영상을 훨씬 사실적이고 깊이있게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영상 흔들림이나 잔상을 대폭적으로 줄였다. 어두운 장면에서도 계조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또 IFP(Image Format Processor)를 통해 영상신호에서 재질 성분을 분리해 콘트라스트와 질감을 개선했고,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부분까지 영상 전역에 걸쳐 풍부한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소니의 발빠른 기술력은 여기서 머물지 않는다.

소니는 HD방송에서는 화질과 함께 사운드가 TV의 성능을 좌우한다고 판단, 사운드엔진인 ‘S-Master(S마스터)’ 개발에도 전력하고 있다. S마스터는 소니 독자의 오디오 기술로 아날로그/디지털 방송과 DVD 등 입력된 음성신호를 완전 디지털로 전송하게 된다. 100W 출력, 3D 스피커 시스템으로 대형 화면에 걸맞는 고음질 사운드를 통해 여타 TV보다 탁월한 ‘리얼리티’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