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산자·정통 3개 부처 업무보고 뭘 담았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혁신 클러스터 구축 계획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강국을 표방한 참여정부가 징검다리 해인 올해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것인가.

 지난주 마무리된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3개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를 분석해보면 지난 2년의 정책 방향에 비해 진일보했다. 신성장동력 발굴과 산업 클러스터 등에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행정수도 이전에 발맞춰 지역에 특화한 산업 클러스터 청사진도 펼쳐졌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과 새로운 생태계도 모색했다. 그렇지만 유사 정책을 추진중인 상황에서 정책 시너지를 극대화할 부처 협의와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성장동력 가시화=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역점을 둔 신성장동력산업 발굴의 구체적인 성과물이 속속 드러날 전망이다. 산자부는 30인치급 TV용 유기EL모듈과 소형 리튬이온전지, RFID 기반의 전자물류시스템, 지능형 로봇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정통부는 입는 컴퓨터 시제품,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 로봇, 통·방융합 홈서버, 와이브로 상용제품 등을 올해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과기부는 자동차 제조용 및 가정 서비스용 지능형 로봇 시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개발 결과에 따라 애초 세운 중장기 개발 로드맵의 수정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

 문제는 경쟁력이 취약한 부품·소재와 소프트웨어 분야다. 청와대가 성과 위주로 업무보고를 지시한 탓인지 가시적인 목표 달성에 집중하면서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세 부처가 힘을 모아서라도 이 분야에 대한 대형 프로젝트를 만들어 달라는 게 산업계의 주문이다.

 ◇클러스터 조성 본격화=정통부는 서울 상암동 콤플렉스와 송도 IT허브에서 제주 텔레매틱스까지 8개 지역별 IT클러스터 구축 계획을 보고했다. 산자부도 7개 산업단지를 분야별로 특화하는 혁신클러스터 계획을 밝혔다. 과기부는 대덕 연구개발(R&D) 특구를 비롯해 3개 과학연구단지 육성 계획을 내놓았다. 행정수도 이전과 맞물려 클러스터 조성은 지역 균형 발전 전략의 핵심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처 업무보고 때마다 “자원 배분에 지방을 배려해줄 것”을 당부하며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는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곳에 유치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지역별 전통산업과 IT를 접목해 클러스터를 지원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하지만 세 부처의 역할 분담이 여전히 모호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지원 여력이 없다. 기업 이전 보조금 지급만으론 모자란다. 연구원들이 지방 근무를 자원할 수 있도록 자녀의 학교 문제 등 생활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세 부처뿐만 아니라 재정경제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등이 참여한 정책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벤처 생태계 복원=청와대는 중소기업 육성과 벤처 활성화 정책 의지가 강력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산자부 업무보고에서 “중소기업 정책을 재편성하고 혁신하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정책의 수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답이 되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통부는 IT중소·벤처 현황 DB를 만들고 △업종별 전문협의회 운영 △경영과 기술 컨설팅 △공유기반 서비스 및 공동 구매 등을 거쳐 중소·벤처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다. 투자자에 대한 기업설명회(IR)도 지원한다. 과기부는 기술 평가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운영 모델을 확산시키기 위해 선진 벤처 캐피털의 국내 유치를 추진키로 했다.

 그렇지만 객관적인 기술 평가 체계가 자리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불량 기업’ 퇴출 시스템이 작동하기는 힘들다. 증시 과열과 맞물려 자칫 예전의 ‘묻지마 투자’로 이어질 우려도 높다. 국책 연구기관과 벤처 캐피털이 참여하는 기술 평가 체계 마련이 최우선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과기부에는 R&D 예산 편성시 목표지향적으로 제도화해 추진할 것을, 정통부에는 개인정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군을 비롯해 정보 격차를 해소해줄 것을 주문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사진: 노무현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 겸 부총리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