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김남주 사장(34). 그는 치열했다.
2002년 가을 CEO에 오른 뒤 2년6개월 동안 숨이 벅차오를 정도로 내달렸다. 처음에는 도망가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았다. 하지만 세계적인 개발사를 향한 꿈을 접을 수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이끄는 웹젠은 유래없는 ‘파이팅’을 보였다. 코스닥 등록에서 나스닥 상장에 이르기까지 돌이켜보면 웹젠은 지난 3년 간 ‘재크의 콩나물’처럼 훌쩍 커버렸다.
웹젠은 다시 도전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물론 선봉에는 김 사장이 섰다. ‘신 영웅(New Hero)’이라는 캐치플레이즈도 내걸었다.
“이제 진짜 CEO로서 승부수를 던지고 싶어요.”
CEO보다 게임 프로듀서가 더 어울리던 그는 어느새 ‘글로벌 비즈니스’를 줄줄이 꿰고 있었다.
# 비즈니스가 즐겁다
김 사장은 요즘 한껏 신바람이 났다. 2년 남짓 차근차근 준비해온 ‘포토폴리오’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얼마전 CI선포식에서 그동안 준비해온 주옥같은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소개하면서 벅차 올랐던 감정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처음에 CEO 자리를 맡았을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낯설고, 벅찼어요. 남몰래 휴일이 언제 오나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휴일에도 출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요. 집에서 쉬는 게 왠지 불안하다니까요.”
김 사장은 2년 전과 달리 확실히 자신감이 넘쳤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직원들과 술자리가 더욱 늘어난 것”이라며 너스레까지 늘어놓았다.
원래 그는 직원들과 격 없는 대화로 웹젠의 말길을 터놓은 주인공이다.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작게는 프로젝트의 문제부터 크게는 웹젠이 나아가야할 길이 보여요. 2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거였어요. 가장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는 것도 커뮤니케이션이었죠.”
회사 경영은 물론 게임 개발까지 직접 챙기는 그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그래도 직원들과 소원했다 싶으면 점심이든, 저녁이든 가벼운 술자리를 만드는게 철칙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침 운동도 시작했다. 일주일에 신입사원이 10여명씩 늘어나다 보니 아직 허심탄회하게 고민을 나누지 못한 직원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 움추린 개구리가 멀리 뛴다
지난주 웹젠의 CI선포식은 제법 요란하고 화려했다. 지난해 이렇다할 움직임 없이 숨죽여있던 웹젠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대비됐다. 세계적인 게임 프로듀서 데이빗 존스와 온라인게임 ‘판권계약’을 체결하는가 하면 4편에 이르는 차기작 라인업도 공개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해는 내실을 다지는 해였어요. 묵묵히 게임 개발에만 전념했어요. CI선포식은 웹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리였어요. 이제 더 넓은 해외로 뻗어나가겠다는 선전 포고의 장이었죠.”
그는 CI선포식이 외형적으로 화려했던 것보다 내실이 알차 더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특히 아시아시장을 넘어 북미와 유럽시장을 겨냥한 라인업을 공개함으로써 웹젠이 낡은 껍질을 깨고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게임은 뭐니뭐니해도 주류시장인 북미에서 인정받아야 합니다. 올해를 원년으로 삼은 글로벌 경영도 이 시장의 성패에 달렸어요.”
그는 올해 차기작 ‘썬’을 시작으로 북미시장 개척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데이빗 존스의 신작 온라인게임 ‘APB’가 출시될 2007년 초에는 웹젠이 북미에서도 유력한 게임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썬’ 등 신작을 중심으로 웹젠의 이미지를 높이고, 출세작 ‘뮤’를 뒤늦게 서비스한다는 전략도 살짝 공개했다.
# 최강의 무기, 최강의 전략
김 사장은 요즘 차기작 ‘썬’의 배경음악을 직접 챙기느라 바쁘다. 하워드 쇼가 작곡한 음악을 일일이 모니터하고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이제 배경음악도 중요해졌어요. 비주얼이 좋은 작품들이 쏟아지면서 게이머들의 입맛도 그 만큼 더욱 까다로워진 거죠. 지금까지 게임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키워드가 그래픽에 맞춰졌다면 이제 음악으로 옮겨 갈 거에요.”
하워드 쇼가 작곡한 ‘썬’의 배경음악은 다음달 러시아에서 본격 녹음될 예정이다. 그리고 오는 5월 E3에는 거의 다듬어진 ‘썬’이 실체를 드러낸다.
“‘썬’은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아주 짧게 할 예정이에요. 그 만큼 완성도를 높여 시장에 내놓겠다는 뜻이에요.”
김 사장은 웹젠의 최고 강점으로 온라인게임 개발과 운영 노하우를 꼽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3D MMORPG를 만들었기 때문에 3D 온라인게임 개발과 운영에 관한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썬’ ‘위키’ ‘파르페스테이션’ ‘헉슬리’ 등 최근 발표한 여러편의 차기작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저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선보인 라인업에는 변화를 갈구하는 웹젠의 여러 단면이 담겨 있어요. MMORPG이지만 패키지 게임 특유의 박진감을 더한 ‘썬’과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MMOFPS ‘헉슬리’ 등이 대표적이죠. 어린이나 여성층을 겨냥한 ‘위키’나 ‘파르페스테이션’은 웹젠 고객의 저변을 넓혀놓을 거에요.”
그는 MMORPG 등 다소 무거운 게임에 쏠려있는 개발력을 슈팅게임 ‘파르페 스테이션’을 시작으로 캐주얼게임으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체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하나의 무기를 개발하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웹젠이 그동안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은 무기가 ‘뮤’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무기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좋은 무기도 좋은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법이죠.”
김 사장은 신작 라인업을 발표하기 전보다 그 이후가 더욱 긴장된다고 말했다. 이제 새 무기를 갖고 전쟁터로 나가 싸우는 전투가 눈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웹젠으로선 올해가 정말 중요합니다. 진정한 신 영웅으로 거듭나느냐, 아니면 도태하느냐 주사위가 던져졌어요. 웹젠 가족들은 끊임 없이 대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승리할 것입니다.”
전의 가득한 김사장의 얼굴에 문득 ‘더게임스’에 실린 웹젠 PR광고가 얼굴이 겹쳐졌다. 한 젊은이가 한손으로 지구를 들고 있는 웹젠 광고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손끝 하나로 세계 100여개국을 정복한 웹젠. 2005년, 웹젠의 세계를 향한 놀라운 활약이 시작됩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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