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산SW 가격횡포 두고 볼일 아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미국산 유명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가 미국 현지보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조사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아무리 유명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민소득, 구매력, 물가 등 전반적인 소비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절대적인 판매가격 비교에서 우리나라 판매가격이 미국보다 낮게는 1.5배에서 높게는 2배 이상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양국의 소비환경을 고려할 경우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미국 판매가격의 최고 5배에 이를 정도라는 것은 미국 업체들이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한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물론 미국 유명 SW와 콘텐츠가 우리나라에서 비싼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프로그램 한글화 작업비용과 수입에 따른 제반경비를 포함하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한글판보다 당연히 싸야 할 영문판 역시 한글판과 비슷한 가격에 팔고 있는 것을 보면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합리적인 가격산정 기준은 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제품일수록 판매가격이 높고 국산 SW와 경쟁체제에 있는 제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보면 외국 유명 SW 및 콘텐츠업체들이 시장논리와 상관없이 제품 가격을 조종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SW 가격은 기본적으로 시장경쟁에 입각한 가격원리와 맞물려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일부 외국 유명 SW의 경우 시장 독점 공급에 의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가격이 책정돼 소비자로 하여금 구매를 망설이게 할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외국 유명 SW 및 콘텐츠 업체들의 ‘바가지 상혼’이 소비자들의 정품사용을 가로막고 결국 우리나라 SW 불법복제율을 높여 통상마찰까지 일으키는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불법복제 SW를 강력하게 단속해온 것에 힘입어 갈수록 정품SW 사용이 늘고 있고 이제는 선진국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올해 말까지 우리나라 불법복제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출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처럼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 유명 SW업체들의 차별적인 가격 횡포는 정품 사용 분위기를 흐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당장 “제 값 주고 사기에는 어리석다” “불법 복제 해야겠다”는 네티즌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서 불법복제 SW나 콘텐츠를 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번 조사보고서가 그런 쪽으로 역효과가 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우리의 불법복제율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그동안의 지적은 이제 그냥 흘려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본다. 차제에 외국 유명 SW나 콘텐츠들이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가격이 산정될 수 있도록 정부나 소비자단체가 나서야 한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재장치가 눈앞에서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않는데 도덕성에만 의존해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분명 SW나 콘텐츠가 지적재산권인만큼 제 값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SW 및 콘텐츠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불법복제 근절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독점적 지위로 비싸게 판매하는 행동이 소비자들의 불법복제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는지 외국 SW업체들도 이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독점의 지위를 이용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가격대로 정품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불법복제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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