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여성 기관장, 안 뽑나 못 뽑나.`
2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부 산하 출연연 및 산하기관은 30여곳에 달하지만 여성 과기인이 수장을 맡고 있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에 따라 여성 과기인들은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출연연 및 정부 산하기관 16곳 가운데 한두 곳 정도는 여성에게 할당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명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은 “글로벌 시대에 남녀 구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능력 중심으로 선발하되 여성이 고위직과 관련해 트레이닝이 다소 부족한 만큼 미진한 부분은 당분간 남성이 메워주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역할, 부장급에 머물러=여성 과기인이 기관별로 맡고 있는 직책은 대부분 부장급 정도가 고작이다. 최근 ‘잘나간다’는 이화여대 학장 출신의 전길자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도 따지고 보면 부장급 수준이다. 또 ETRI에서는 여성 인력이 13% 가량 차지하고 있지만 기관장 바로 아래 직급인 13개의 단·소장급에는 여성이 단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여성 과기인의 위상이 과거보다 많이 향상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기계연구원은 전체 여성 연구인력이 4명에 지나지 않아 보직 진출은 힘든 상황이고, 원자력연구소나 표준과학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등도 여성의 부장급 진출이 전무한 실정이다.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여성들은 학연·지연 등에 얽히지 않아 공정하고 투명한 일처리를 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실례로 3년 전 A연구원 모 여성 과장은 기획부장으로부터 수백만 원의 로비성 술값을 업무비용으로 처리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못한다고 버티다 결국 보직자들의 눈 밖에 나 힘든 연구원 생활을 한 일이 있었다. 단점으로는 경험 부족을 꼽을 수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고위직에 근무해 본 경력이 없어 매끄러운 일 처리에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여성 키우기 위한 노력 절실=대덕연구단지 내에는 6000여명의 연구인력 중 15% 가량인 900∼1000명이 여성 인력이지만 보직 진출 비율은 미미하다.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여성 연구원들은 “같은 기회가 오더라도 부족한 경력과 남성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 때문에 보직 진출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여성 연구원들은 “육아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 등도 잘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원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무엇보다 여성의 리더십을 키울 정부 정책 차원의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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