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버린과 예술

 ‘성공적인 투자는 예술이다.’

 SK에 이어 이번엔 LG 지분 매입으로 대형 사건(?)을 터뜨린 소버린 홈페이지에 게재된 문구다. 이 문구를 실천하려고 애쓰기라도 하듯 소버린은 지난 2003년 1700억여원을 들여 SK 주식을 매입한 후 현재 9000억원에 가까운 평가 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는 SK네트웍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소버린은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고, 이후 경영권 위협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SK를 몰아붙여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됐다. 그야말로 ‘투자’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그러한 소버린이 이번엔 LG를 선택했다. ‘파트너’로 고른 것인지, ‘투자 대상’인지, 아니면 ‘SK 견제용’으로 택한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소버린의 모습도 전과는 다르다. 경영진 퇴진까지 요구하며 강한 비난을 가했던 SK와 달리 LG에 대해서는 한국 최초의 진정한 의미의 지주회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소버린과 LG가 사전에 공모한 것이 아니냐는 괴소문마저 나돌 정도다. 소버린이 어떤 배경에서 LG를 선택했던 간에 우리는 또 한 번 소버린의 ‘예술(?)’을 기대한다.

 소버린은 배당 확대나 부실사업 정리 요구, 아니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법을 동원해서 결국 LG의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확보할 것이다. 이번엔 초기 배팅액이 1조원에 달하는 만큼 예술의 규모도 커질 것이 분명하다. 소버린의 제임스 피터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소버린의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는 물론 주주이익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SK사태로 놀란 가슴을 추슬렀던 우리로서는 소버린의 ‘간접적인’ 경영참여가 주식가격 상승에 더해 숨가쁘게 돌아가는 LG의 IT사업까지 발전시켜 줄지, 또 소버린의 차익 실현 후 남게 되는 국내 투자자들의 ‘종자돈’까지 챙겨 나갈지 여전히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버린 홈페이지에는 ‘정직함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자산’이라는 또 다른 문구가 올라 있다. 이날 소버린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을 투자 목적으로 언급했다. 행간의 뜻을 읽자면 ‘정직함이 담긴 예술’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제과학부·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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