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기업 10곳 중 8곳이 손해를 보고 해외에 물건을 내다팔거나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의 조사 보고서는 몹시 충격적이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외형적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 골병들어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수출 기반마저 흔들릴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출혈 수출의 원인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원자재 수급난에 따른 원가 상승, 국제유가 급등,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가격경쟁 심화 등 악화된 교역조건에다 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하락까지 겹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봐야 한다. 최근 1년 새 원화 환율이 20% 정도 하락해 수출기업들이 해외로 물건을 팔 때 그만큼 원가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는 점만 봐도 쉽게 짐작하고도 남는다. 물론 기업들이 원자재 구매비·생산비·마케팅비 절감 등을 통해 바이어가 원하는 가격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왔으나 환율 하락 속도가 이들 비용 하락 속도를 앞지르면서 손해 보며 수출하는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국내 수출기업 57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에서 손익분기점 환율을 71.7%가 달러당 1040원, 13%가 1020원 수준으로 응답한 것을 보면 지금 1020원선을 오르내리는 환율이 얼마나 위험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기업들이 수출 전략 수정 등 비상경영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경쟁력 있는 수출기업 39.3%는 채산성을 맞춰 선별 수주를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이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채산성이 나쁘다고 해서 수출 확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물량 위주로라도 지속적으로 수출을 늘려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60%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금까지 내수가 위축된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버텨 온 것도 수출 때문이다. 최근 내수가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지만 아직 수출부진을 메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 엔진이 꺼지면 한국경제는 그대로 추락이다. 정부와 기업들은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대응이 중요하다. 환율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와 달리 환율 혜택이 줄어든다면 이제 국제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일부 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을 세 자릿수로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한 곳도 있다고 하는만큼 정말이지 마른 수건 다시 짠다는 자세로 원화의 추가 절상에 대비해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등에 노력해 채산성 악화를 막아야 한다. 시장다변화 노력도 중요하고 품질로 승부를 거는 전략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원고(高)시대’를 이겨낼 수 있다.
정부도 급격한 원화절상이 기업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각별한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 원화 강세는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율정책의 운용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수출을 늘리고 채산성도 높이는 방법으로는 제품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에너지와 원자재 소비가 많은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 외에는 별 도리가 없다. 불리한 교역여건까지 감안하면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뿐이다. 부품·소재산업의 육성 필요성은 누누이 제기돼 왔지만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무역체질을 강화할 만한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 경제의 앞날은 캄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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