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기는 세미콘 재팬`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습니다. 눈에 잘 띄는 좋은 자리에는 어김없이 일본 장비업체가 자리잡고 있으니.”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미콘코리아2005에 참가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스 배치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메인 출입문을 들어서면 일본 니콘 부스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그 뒤에 울박, 또 그 앞에 도쿄일렉트론 등이 자리잡고 있다. 주 통로를 따라 걸어보아도 한국업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거의 일본 그리고 미국업체 판이어서 ‘세미콘재팬’을 방불케 한다. 우리 대표 반도체기업 삼성전자의 자회사 장비업체인 ‘세메스’ 부스조차도 한 쪽 구석에 위치해 있다.

 세미콘코리아 측은 전시회 첫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미콘코리아의 역사는 18년으로 한국의 반도체시장 성장과 함께하고 있는 뜻 깊은 전시회”라며 전시회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국내 주요 장비업계 한 CEO는 “이거 보이콧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자리는 모두 미국·일본업체에 주고 애매한 자리를 한국업체들이 나눠 가진 형상이니, 마치 해외전시회에 참가한 것 같은 기분”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업체의 CEO도 “주최 측에서는 참가 횟수 등에 따른 누적점수로 부스 위치를 정한다고 설명하지만 그럴 경우 미국·일본·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 역사가 짧은 한국기업들은 영원히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창사 이후 꾸준히 세미콘코리아뿐 아니라 세계 세미콘전시회에 참가했는 데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조차 들러리 신세라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내년 행사 참가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어차피 한국에서 하는 전시회나 외국에서 하는 전시회나 푸대접 받기는 마찬가지라면 해외 전시회에 참여해 해외 바이어를 잡는 편이 낫다는 것.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 강국이다. 그리고 이제 관련 장비 강국의 길을 향해 산·관·학이 힘을 합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우리 반도체 강국 위상에 걸맞은 토종전시회를 제대로 육성해 국내에서조차 일본·미국에 ‘연공서열(?)’로 무시 당하는 꼴은 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디지털산업부=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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