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캐즘(chasm)

 벤처기업 전략의 바이블로 통하는 캐즘(chasm) 이론에서는 소비자를 크게 혁신자, 선각수용자, 전기다수, 후기다수, 지각수용자 등 5개 계층으로 나누고 있다.

 예컨대 신개념의 DMB 단말기가 출시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고가인 데다 실용성이 우려되지만 가장 먼저 구입하는 계층이 혁신자들이다. 이들은 새 상품을 남들보다 먼저 테스트해 보는 데 큰 의미를 두는, 일종의 ‘얼리 어답터’다.

 선각수용자들은 혁신자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잠재적 이익과 실용성을 염두에 두고 구입하는 층이다. 이들은 DMB에 대해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보편화될 수 있다고 나름대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다수는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는 시점에 구입하는 실용적 구매 성향을 보인다. 후기다수는 지금 갖고 있는 휴대폰이나 개인정보단말기가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는 데 불편하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DMB 단말기를 구입하는 층이다. 쉽게 말해 전기다수는 진보적, 후기다수는 보수적 성향을 띤다. 전체 소비자의 6분의 1을 점하는 지각수용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손을 써도 별로 효과가 없는 구제불능 계층이다.

 캐즘 이론의 창시자인 조프리 무어에 따르면 기업에 가장 중요한 계층은 전체 소비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전기다수라고 한다. 선각수용자층을 넘어 전기다수가 상품을 구입해 줘야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무어는 그러나 선각수용자층에서 전기다수로 넘어가는 과정에 깊고 큰 단절(캐즘)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기업이 전체 소비자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혁신자와 선각수용자층을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하지만 전기다수를 확보해 가는 과정 중 도산 등으로 쓰러진다는 것이다. 무어는 그래서 기업들이 이 단절을 어떤 전략적 결정을 통해 뛰어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캐즘 이론은 80년대 말에 등장했지만 국내에는 벤처 붐이 일던 90년대 후반에 소개돼 크게 부각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이론이 일부 경영이론가의 화두로 그쳤을 뿐 기업들에 실질적으로 다가가지는 못했던 것 같다. 요즘 신벤처 붐이 일면서 다시 캐즘 이론이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는 캐즘을 뛰어넘는 벤처기업들이 줄이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디지털문화부·서현진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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