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컴퓨터산업 전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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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글로벌 가전업체들이 한 세대전 컴퓨터 업체들이 겪었던 구조재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술과 부품의 표준화로 누구나 일정 수준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현재 가전업계 상황이 PC의 등장 이후 80년대 초반 컴퓨터 시장과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도 80년대 당대 최고 수준의 브랜드를 자랑하다 사라진 버로우스, 스페리 유니백, 데이터 제너럴과 같은 기업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가전업계는 새로운 기술과 신흥 패권기업의 등장, 가격경쟁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 소니와 필립스는 물론 시장을 주도하던 대다수의 가전 업계도 불안감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는 일본과 한국, 유럽의 가전업체들의 최신 실적 결과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일본 소니는 4분기 영업이익이 12%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년전만해도 DVD 드라이브 시장을 주도하던 파이어니어는 ‘수직적’인 가격 하락으로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이 회사가 이름을 날리던 2003년 만해도 DVD드라이브 업체는 7개였지만 지금은 20개사가 넘는다. NEC도 반도체 수요감소로 그룹의 최근분기 순이익이 94%나 떨어졌다. 유럽의 자존심인 필립스의 경우 최신 분기에 순이익이 40%나 떨어졌다.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처방안으로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LCD패널이나 디지털 카메라용 칩 등 수익성이 좋은 분야에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일례로 LCD패널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가격이 약 20% 떨어졌는데 10월부터 12월에는 무려 170억달러를 들여 새로운 생산공장을 건설한 AU옵트로닉스의 공세로 20%가 더 떨어졌다. DVD리코더의 경우 심지어 제품이 시장에 주력 제품으로 깔리기도 전에 가격경쟁이 벌어지는 극한 경쟁체제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20년전 컴퓨터 업계가 경험하던 상황과 비슷한 추이로 전개되고 있다.1980년대까지 소수의 거대 컴퓨터 업체들이 디자인과 아키텍처, 제품 세일즈를 직접 관할했고 소프트웨어도 대부분 하드웨어에 특화됐다.

하지만 PC가 등장하면서 디자인이 공개되고 표준화된 칩과 소프트웨어가 보급됐다.결국 업체들간 가격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다만 가전분야는 대형TV에서 소형 MP3플레이어까지 다양한 제품과 변동성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PC분야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인텔과 MS가 핵심기술을 장악하고 델 등 몇업체가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PC시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경쟁의 심화로 수익성이 하락한다면 대형 가전업체들 중 일부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

<그림>10인치 이상 LCD 패널 공급과 가격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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