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2005-국내기업]정부와 기업이 끌고 밀고…IT희망을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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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기업마다 즐거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다. 기업들의 의욕은 넘치고 시장은 활기차다. 정부도 중소기업을 살리는데 경제정책의 중심을 두겠다고 밝혔다. IT산업을 기반으로 경제활성화를 이루는 해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실장은 ‘2년 불황은 없다’는 말로 불황의 종식을 강조했다. 불황이 무자르듯 잘라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간의 경기 흐름으로 보나 의지로 보나 올해는 ‘기업의 해’가 될 것은 확실한 듯하다.

기업들 역시 새로운 다짐으로 화답하고 있다. 올해 기업들의 노력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혁신’이다. 낡은 시스템을 바꾸고 미래지향적인 사업아이템에 집중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창출을 늘 릴 수 있도록 기업마다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노력이 반영된 듯 연초보터 주식시장은 힘찬 상승세를 보였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기업경기를 활성화시켜 서민경제를 살찌우고 우리 경제의 근간인 수출확대도 이루어 나가겠다”며 “특히 IT산업의 원천인 부품·소재산업을 집중육성해 기초체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수 살아나고 수출은 견조한 흐름 = 올해 IT산업은 지난해에 비해 수출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소비·투자 등 내수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돼 지난해의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IT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출에 대한 부담은 있으나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우위로 견조한 상승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정보통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호조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휴대폰 등 주력제품의 경쟁력 확보와 디지털방송 등 국내외적인 디지털 제품 수요기반 확대로 생산과 내수, 수출 모두 두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종은 수출증가세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은 견고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디지털 제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지속될 전망이나, 세계 IT 경기 성장세 둔화 및 전년도 활황에 따른 기술적 반락 등으로 생산· 수출증가세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은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수출호조세가 지속되고, 하반기 이후 내수경기의 점진적 회복예상으로 내수도 증가세로 전환돼 생산은 두자릿수 증가세를 시현할 전망이다.

◇ 정부의 강력한 산업육성 의지 = 급격한 경기하락으로 기업과 서민경제가 냉각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중소기업특별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중소기업 정책혁신 12개 정책과제’를 확정하고 본격 추진키로 했다. 이 회의의 골자는 오는 2010년까지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핵심 부품·소재 공급기지로 만들기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을 투입해 매출 2000억원, 수출 1억달러 규모 이상의 중핵 부품·소재기업 300개를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품·소재 기업에 대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완화하고 부품·소재 부문에 책정된 국방 기술개발자금 비율을 현행 9.2%에서 15%까지 늘린다. 또 부품·소재 사업화를 위해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업종에서 ‘수급기업펀드’를 조성하고 ‘부품소재·기계류 보험’ 도입도 추진한다.

◇ ‘컨버전스’시대의 화두를 잡아라 = 올해 통신분야 최대 이슈는 통신과 방송간 융합서비스다. 이미 위성DMB 시범서비스가 시작됐고 지상파DMB도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장비업체들도 시장 잡기에 분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장비제조업체들은 올해 DMB서비스에 맞춰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을 준비다. 컨버전스의 흐름에 따라 위성­DMB·지상파DMB폰과 네스팟 스윙폰, 원폰, 스마트폰 등 결합단말기의 성패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컴퓨팅 분야는 안정성장과 차세대 아이템 발굴이 올해의 주요사안이다. 지난해 불경기에도 안정 성장을 이룬 삼성SDS와 LG CNS, SK C&C 등 SI업계는 급속도로 진행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 신속히 대응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차세대 성장 엔진 찾기에 나선다. 그동안 풀이 꺾여있던 소프트웨어(SW) 전문업계도 활로찾기에 나선다. 한글과 컴퓨터, 핸디소프트는 2005년을 국내 대표 SW기업에서 글로벌SW기업으로 도약하는 해로 선포했다. PC업계는 올해 수익성 제고와 첨단제품 개발,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가전부문도 컨버전스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컨버전스는 상품을 소비하는 주체가 아니라 시장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위상이 바뀐다.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만든 기업만이 성장할 수 있다. 이미 디지털 컨버전스에서는 다양한 사업구도가 한데 어울려 경쟁을 하고 있다. 제품간의 통합이 아니라 마케팅, 유통라인도 하나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대외환경 여전히 변수 많아 =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낙관적인 경기전망 뒤에는 여전히 발목을 잡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고유가와 환율, 국제 원자재가격의 불안정이 대표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연구원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환율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연간 원달러 환율 960원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수출구조가 IT산업 의존도가 높은 만큼 환율 하락은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각국의 ‘수입규제 벽’를 넘지 않고서도 힘들다.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산이라면 코 앞으로 다가온 ‘한·일FTA’다.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산업은 부품·소재분야다. 정부가 부품·소재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의 부품·소재산업은 세계 최고이다. 지금도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아무런 규제의 여과장치 없이 일본산 부품과 소재가 우리나라 기업의 공장에서 사용될 것이다. 대일 무역수지 적자의 가장 큰 부문인 부품·소재에서의 적자폭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EU에서 시작된 환경규제로 올해 안에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규제의 벽’이다. 이미 네덜란드에서 일본산 제품의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바 있어 환경규제는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환경규제는 내년 7월 ‘유해물질사용제한(RoHS)’의 시행으로 거의 전 산업분야, 전 품목에 걸쳐 모두 해당될 전망이다. RoHS 뿐만 아니다. 전기·전자장비 폐기물처리지침(WEEE), 전기·전자장비 환경성 평가지침(EEE) 등도 수출의 발목을 잡는 환경규제다.

올해는 희망찬 나팔소리와 함께 많은 과제도 안겨주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 아니라 ‘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기업경영의 고민은 불확실성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인다면 그만큼 행복한 현실은 없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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