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제2의 벤처 붐’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는 것 같다. 정부는 나름대로 새로운 벤처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고, 중소·벤처기업에 도움을 주는 각종 기금에 대한 신청 안내와 벤처캐피털 자금의 확충, 벤처인증시스템 및 창업보육센터 강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체돼온 코스닥 지수도 비록 단기간이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벤처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날에 비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제2의 벤처 붐과 IT비즈니스 활성화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다. IT비즈니스가 가장 번창했던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디지털 골드러시’라는 이름으로 IT벤처들이 활성화되고, 이를 지원하는 IT비즈니스가 성황을 이루었던 기억이 난다. 대기업의 우수한 인력들이 벤처를 향해 줄을 잇던 그 시절이 무색하게 벤처의 퇴보와 함께 벤처엑소더스, 즉 벤처에서 탈출하는 행렬이 다시 시작되면서 IT경기의 퇴보가 시작됐던 것 같다. 물론 모든 벤처기업이 IT와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유비쿼터스 시대를 향해 가는 고도의 디지털 정보사회에서 ‘제2의 벤처 붐’은 또 다른 형태의 IT비즈니스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점에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제2의 벤처 붐이 2005년 경기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벤처활성화를 기대하는 우리의 바람과 더불어 꼭 생각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외부 환경적인 요인으로 ‘옛날 모습을 답습하거나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다시 논의되는 제반 지원 정책들의 면면을 보면 지난 4∼5년 전 이루어졌던 방법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세우고, 벤처지원기관의 조직과 인프라를 재정비하고, 지원기금을 마련하여 자금을 제공하고, 창업보육센터 및 벤처협력 네트워크를 결성하며, 코스닥 진입을 위해 준비하는 모습이 또다시 반복되는 것 같다.
지난날 이런 방법을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보자. 초기 벤처 붐이 일어나고 자금을 얻어내기 위해 여러 편법이 동원되면서 일부에서는 실제로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을 만들기보다는 단기적인 금융차익을 노리기 위한 머니 게임과 각종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여러 형태의 게이트가 출현했다. 이로 인해 게이트들을 막기 위한 엄격한 제도가 나오게 되고, 또 벤처기업에 대한 열풍마저 사라지면서 벤처기업은 찬바람을 맞게 된 것이다. 지난날과 같은 방법으로 ‘제2의 벤처 붐’을 만든다면 그 결과는 어느 시점을 지나 또다시 반복적으로 벤처기업의 퇴보를 예견할 수 있다.
둘째, 벤처기업 내부적 요인으로 ‘위험관리’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벤처란 원래 정의대로 ‘고위험·고수익’의 기본 가설을 가지고 출발하는 비즈니스다. 벤처기업의 성공에 대해 견해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성공확률이 5% 미만이라고 한다. 이런 가설을 망각하고 제2의 벤처 붐이 불어 다시 ‘벤처’라는 글자만 들어가면 누구나 돈을 제공하는 ‘묻지마 투자’의 형태가 재현되는 것은 참으로 경계해야 할 일이다. 국가적인 지원 정책이나 제도와 더불어 벤처기업 스스로 비즈니스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2의 벤처 붐이 불어도 벤처의 희망적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벤처기업 스스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패한 벤처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우수한 솔루션이나 인재가 없었다거나, 국가로부터의 재정적인 지원이 없었다’는 이유보다는 예기치 않게 발생한 회사 내의 갈등과 분쟁, 동종산업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소모전, 자금 및 자원관리의 어려움 등 많은 위험요인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밥을 다 만들어서 쉽게 먹여주는 형태’의 과거지향적인 벤처기업 지원보다는, ‘쌀을 스스로 구해 밥을 지어 배고픔을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형태’의 미래지향적 지원방법이 있는지를 찾아봐야 할 때다. 그 다음으로 벤처기업 자신이 시시때때로 다가오는 위기를 해결하는 위험관리 능력을 배양해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모처럼 불고 있는 ‘제2의 벤처 붐’을 통해 국가 전체의 경기를 진작하고, 디지털 골드러시 때와 같은 열풍으로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고 나아가 IT경기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강세호 한국유니시스 사장 Se-Hoh.Kang@kr.unisy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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