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 전면개정안 초안 완성

18년 만에 전면 개정되는 저작권법 초안이 1년여의 준비 끝에 마침내 윤곽이 드러났다. 이 초안에는 예상대로 ‘친고죄 폐지’나 ‘실연자 인격권보장’ 등 저작권 강화 조항이 포함됐다. 또 그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P2P에서의 저작물 전송행위를 사실상 원천봉쇄하는 ‘사적복제범위제한’ 조항도 추가됐다.

이 초안은 정부 주도로 완성됐지만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는 최근 계획을 바꿔 이안을 국회문화관광위원회에 넘김으로써 입법은 정부가 아닌 의원입법으로 처리될 예정이다. 이에따라 시행시기도 최소 4개월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국회는 조만간 개정안을 공표하고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친고죄 조건부 폐지=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친고죄’ 조항의 폐지다. 친고죄 조항은 당초 남용의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인터넷상에서의 저작물 공유 행위가 도를 넘어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아래 이번에 폐지가 결정됐다. 저작권 보호를 국가 차원에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셈이다. 다만 친고죄 조항의 전면 폐지가 콘텐츠 이용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영리 목적의 침해에 대해서만 ‘친고죄’개념을 삭제토록 했다. 지적재산권 분야 모법인 저작권법에서 친고죄가 폐지되면 특허법,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등 관련법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공청회 등을 거치며 찬반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사적복제 범위 제한=‘사적복제 범위 제한’도 이번 개정작업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공표된 저작물’이라도 비영리적으로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할 경우에는 복제를 허용하는 현행 저작권법 때문에 P2P 공간에서 MP3나 영화 등을 유포하지 않고 단순히 내려받는 행위만으로는 처벌하기가 힘들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원호 의원(열린우리당)은 이용자의 사적복제권을 보장한 저작권법 제27조에 ‘저작권을 침해하여 만들어진 복제물 또는 정당한 권리 없이 배포·방송·전송된 복제물을 그 사실을 알면서 복제하는 경우’에는 사적복제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추가했다. P2P에서 공유되는 저작물들이 대부분 저작권자 허락 없이 배포된 것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항은 사실상 P2P에서 저작물을 내려받는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파괴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실연자 인격권 보장=실연자의 인격권을 보장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앞으로는 앨범 재킷에 연주자나 가수 등 실연자의 이름을 명시해야하며 남이 연주하거나 노래한 곡을 마음대로 편곡하면 처벌을 받게 된다. ‘실연자 인격권 보장’은 이미 제정돼 16일부터 발효되는 ‘실연자·음반제작자에 전송권 부여’ 조항과 함께 세계실연음반조약(WPPT) 가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미통상회의에서도 수차례 지적이 됐던 부분이다.

◇대국민 홍보 필요=이번 개정 초안은 저작권 보호가 국가적인 과제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문화부는 법 개정으로 근거를 마련한 후 강력한 정책활동을 펼쳐 올 해를 ‘저작권 침해 행위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실연자·음반제작자에 전송권 부여’ 조항 발효를 앞두고 인터넷 사회가 혼란에 빠진 것처럼 이번 전면 개정도 네티즌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저작권 보호의 정당성을 어떻게 알려나갈지가 관건이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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