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시스템반도체 몰라서 못 쓴다.’
지난 수십 년간 계속돼온 부품·소재 국산화에 대한 열망이 최근 최첨단 분야인 시스템반도체(시스템IC·SoC)로 이어지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국산화는 세트와 반도체설계업체 간 코워크가 핵심.
지난 9일 IT SoC협회가 상장·등록 중견 세트업체 1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세트업계의 국산 시스템반도체 업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견 세트업체들은 국내 시스템반도체 설계업체들이 개발하는 제품과 그 역량을 파악하지 못해 공동 개발을 주저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이 국내 설계업체들의 기술력 향상 기회 박탈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몰라서 못 쓴다’=정보가전·생활가전·통신기기·네트워크기기 등을 생산하는 중견 세트업체 가운데 국산 시스템반도체를 한 번이라도 접해 본 경험이 있는 회사는 절반(44.4%)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로 응답자들의 절반(50%)이 정보 부족을 꼽아 국산 시스템반도체와 반도체설계업체의 낮은 인지도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산 시스템반도체 수준과 반도체설계업체 역량을 홍보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세트업체의 국산 채택 비율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와 시스템업체 간 공동 개발 절실=응답자의 3분의 2(72.2%)가 반도체설계업체와 세트업체 간 공동 기술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정부과제의 공동 참여(61%)를 꼽았다.
이는 중견 세트업체의 자금 한계와 설계업체의 영세성을 감안할 때 부품 국산화 품목 가운데 최첨단인 시스템반도체에 대해서는 당분간 기술기반 조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응답자들은 공동 개발이 부진한 원인으로 △높은 개발 비용을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개발기술의 시장성 한계 △적합한 공동 개발업체의 부재를 들었다. 또 공동 개발이 필요한 이유로는 △시행착오를 줄여 개발기간 및 비용 단축 △외국업체 독점구조 타파를 통한 관련 칩 가격 인하 효과 △단종에 따른 애프터서비스 부재 방지 △기술정보 교류를 통한 세트·반도체업계 기술력 동반 성장 등을 꼽았다.
◇현 국산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만족도=국산 시스템반도체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가운데 우수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25% 정도였다. 62.5%는 보통, 12.5%는 (외국산에 비해) 낮다고 답했다. 그러나 만족도가 낮은 이유 가운데 ‘막연한 신뢰성 부족’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불량률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어 기술력 자체를 놓고 볼 때 발전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기대된다.
◇수급에 애로를 겪는 핵심 칩=△MPEG디코더(셋톱박스용) △홈네트워크 복합칩(홈네트워크용) △베이스밴드 및 RF칩(텔레매틱스용) △광대역 오실레이터(이동통신 계측기용) △마이컴 칩(전기아벽보온밥솥용) △스위칭 칩(이더넷 스위치용) △디모듈레이터(지상파 DMB) △음성저장 재생칩(음성인식장치용) 등이 중견 세트업체가 현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품목으로 나타났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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