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삼성SDS의 영업이익은 매출의 1%도 안되는 100억원 수준이었다. 2003년에는 800억원으로 껑충 뛰더니 지난해에는 1300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 삼성SDS의 영업이익 목표는 매출의 10%인 2000억원. 숫자가 보여주는 지표는 단순히 경영 실적이 호전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삼성SDS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적자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내부 역량 강화와 체질 개선을 최고의 경영 지표로 삼았다. ‘공공 시장에서 후발 업체에 밀린다’는 비아냥도 흘려버리고, ‘안에서 퍼다 외부에 쏟아붓는다’는 말도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 시장 1위 사업자인 삼성의 변화는 곧 시장 변화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김인 삼성SDS 사장을 만나 창립 20주년을 맞는 삼성SDS와 국내 SI산업의 미래를 들어봤다. 대담=양승욱 컴퓨터산업부장
―지난해에는 SI 시장의 근원적인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진행된 듯싶다. 지난해를 정리하고, 올해 시장을 전망해 달라.
▲정도 경영이 정착되고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구도로 가려면 향후 3년 정도는 더 힘들 거라 본다. 지난해 정부나 업계의 노력은 인정받을만 하나 당분간 지속돼야 제대로 정착될 것이다. 올해 시장은 긍정적으로 본다. 정부의 IT뉴딜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침체기에 빠진 벤처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애초 1조9400억원 정도의 매출 목표를 세웠는데 2조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이익도 애초 1700억원 정도로 생각하다가 매출의 약 10%인 2000억원으로 올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실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 화두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이다. 새해 경영지표는.
▲올해도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서 내실과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다. △선도 △기술 △개발 △관리 △혁신 등 5개 분야의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개인 역량 강화가 조직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별 직원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널려 있는 일반 기술 중 우수한 기술을 취사선택해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역량, 제조업의 생산성에 비유할 수 있는 개발역량을 강화해 사업을 선도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해 나가는 데 주력하겠다.
―역점사업이 있다면.
▲아무래도 시스템 구축과 관리가 당분간 주요 사업이겠지만 IT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부문의 역량을 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또 삼성 그룹 내부에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나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구축 등 IT 관련 중요한 이슈가 산재해 이를 지원하는 일도 중요한 사업이 될 것이다.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유비쿼터스나 비즈니스프로세스 관련 아웃소싱(BPO) 등 신규 사업도 올해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컨설팅 사업을 강화하려면 결국 전문인력 양성이 중요할 듯한데.
▲맞다. 해당 업종과 기업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IT 최적의 솔루션을 아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반도체의 성공을 보면 사내 인력의 체계적인 양성이 뒷받침해 줬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삼성SDS에는 박사급 인력이 120명 정도다. 3년 안에 250명 정도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의 첨단기술연구원과 우리 회사의 멀티캠퍼스, 해외 2개 정도의 유명대학과 팰로십을 도입해,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SDS는 많은 공공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주목받았다. 이유는 무엇인가.
▲IT서비스 업계가 힘든 이유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너무 약하다는 데 있다. 일례로 제조업에서 품질은 곧 비용이다. 그러나 SI산업에서는 품질을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 문제의 출발은 여기서 시작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품질이 떨어지면 회사 이미지가 추락한다는 우려를 먼저 하고, 결국 비용은 나중 문제로 생각했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투자를 해도 좋다는 사고가 허락되고, 이 같은 사고가 결국 마이너스로 가게 된다. 원천적으로 수주 단계에서 최소한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처음엔 적자지만, 후속사업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맞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극히 일부에만 해당됐다. 전체 수주 프로젝트 중 평균 20∼25%는 문제를 안고 출발했는데, 작년엔 그것을 과감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저가수주를 지양하는 정책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협력 업체에서 보는 SI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다. 저가 수주는 협력 업체에 부담이 전가되고, 협력 업체 문제는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로 나타나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 업체의 역할분담은 분명히 있다. 지금은 협력사에 미리 최소한의 가격을 받아 입찰 참여 여부 가능성을 판단하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못했다. 협력 업체를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프로젝트의 특징을 사전 설명하고, 가격을 포함한 전략을 공유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값을 깎더라도 무조건 받아와서 ‘할래 안 할래’ 하는 것과 사전공유작업을 통해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사전공유작업을 하며 협력업체들과 협의를 통해 사업참여를 결정하고 있다.
―장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할 때 SI사업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단 SI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엄밀히 SI는 IT서비스다. 이는 기업의 전산환경을 위탁관리하는 SM이나 시스템 구축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기업의 프로세스까지 아웃소싱하고 사업을 선도하는 컨설팅 역량 등 모두를 포함한다. SI사업의 한계를 말하는 것은 과거 솔루션을 모아 공급하고 단순히 개발하는 역할에 국한해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되는 사업을 만들어주기 위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이행 모델을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유지해 주는 그런 모든 일을 포함해야 한다.
―SI 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시스템 개발 사업이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다. 몇 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는 사람과 손이 하는 것이므로 오차가 불가피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과업변경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부담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진다는 것은 무리다. 지체상금 역시 낮춰야 한다. 또 제안서에 대한 비용도 수요처에서 산정해 줘야 한다. 제안서에는 개별 기업의 노하우가 들어가 있다. 프로젝트에서 떨어지면 제안서를 돌려받을 수 없고 정보도 유출된다. 이참에 평가 방식도 기술과 가격 대비를 80 대 20이 아닌 90 대 10으로 해 가격 위주의 경쟁 구도를 바꿔야한다. 어쨌든 정부도 변하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바뀌고자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
―외국 기업과 경쟁 구도가 형성돼 있다.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다는 평가에 대한 견해는.
▲일부는 맞다. 외국 기업이라 하면 IBM이나 HP인데 그들의 경쟁력은 플랫폼인 하드웨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를 빼고 나면 결국 누가 가장 좋은 수준에서 시스템을 운용해 주느냐의 문제만 남는다. 사용한 만큼 지급하는 ‘유틸리티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면 달라질 것이라 본다. 불과 2∼3년 후면 그런 상황이 올 것이다. 하드웨어 투자 부문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고, 서비스수준계약(SLA)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용을 책정하는 진정한 의미의 아웃소싱 시대가 도래하면 오히려 외국 기업보다는 국내 기업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삼성SDS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그룹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기업이다. 하드웨어를 앞세운 가격 경쟁만이 아니라면 우리 서비스 수준은 IBM이나 HP에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IT서비스 시장을 전망해 달라.
▲IT서비스 산업은 정보지식 산업으로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분명히 성장성이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다른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 절대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닌 만큼 협력사들과 동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해외 시장도 준비해야 한다. 반도체 시장이 2000억달러 수준이다. 세계 반도체나 휴대폰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지금의 위상을 차지하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12조8000억원 정도, 세계 시장 규모는 약 4800억달러로 무려 5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20년간 반도체 분야에 쏟아부은 열정과 노력, 지난 10년간 정보통신에 쏟아부은 노력을 생각하자. IT서비스 시장에 대해 정부나 기업 모두 좀더 노력한다면 반도체나 정보통신과 같은 성공신화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정리=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사진=윤성혁기자@전자신문,
*삼성SDS ‘우리부터 변한다’
지난 2003년 삼성SDS CEO로 새로 부임한 김인 사장은 스스로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회사 설립 20년을 앞두고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외형은 성장했건만 경상이익은 100억원 수준인 기업. 기업 스스로가 변하려하는 근본적인 혁신 분위기를 만들지 않고 이대로 기업을 운영했다가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 출발한 순간이다.
‘뉴 SDS 10년’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삼성SDS의 미래를 위해 택한 첫걸음은 ‘혁신 350일 운동’이다. 수익구조를 보다 튼튼히 만들고 선도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자는 것. IT서비스 역량을 선진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그간의 잘못된 관행과 일하는 방법을 IT서비스업과 회사 경영방침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지난해 5월 1일 시작된 이 운동은 오는 4월 15일, 창립 20주년 기념일 전날 끝난다. 특히 지난해 7월 시작한 ‘혁신 350일 특별교육’은 7100여명에 이르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확대돼 진행되고 있다. 김 사장도 해외 출장을 제외하고는 매번 교육과정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에게 이번 운동의 취지와 배경, 실천방법론 그리고 회사의 미래비전에 대한 내용을 전하고 있다. 직원들도 IT서비스업의 본질 및 현상황을 이해하고, 회사의 경영현황 및 혁신방향, 사내 프로세스 등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가치를 공유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SDS는 이런 노력을 통해 공공 사업을 비롯한 대외 사업 수주 관행을 확연히 바꾸었을 뿐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실 있는 영업활동을 전개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조직 내 인력지원활동과 영업본부의 지원기능도 강화하고 있어 조직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으며, 특히 원가 의식이 확산돼 사업참여에 앞서 수익성 검토가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등(VRB 제도) 새로운 시스템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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