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출연연의 저력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핵심 기술개발부처 산하의 기관과 출연연들은 올해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정보통신대학교는 올해 초부터 정보화 촉진기금의 감사와 그 여파로 1년 내내 여론에 시달렸다. 특히 일부 기관은 연구원들이 정보화 촉진기금 비리에 연루돼 무더기로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또 과학기술부 산하기관인 원자력연구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우라늄, 플루토늄 등 일련의 핵물질 개발 의혹 제기로 단박에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시련의 1년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 한 해가 이들 출연연구기관에 고통을 주긴 했지만 역설적인 해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국내외 주요 언론에 오르내리며 이름을 알린 사회 경제적 효과가 2조원이 넘는다는 일본의 ‘욘사마’ 바람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전자통신연구원은 올 연말 휴대 무선인터넷 시스템인 와이브로의 기술 개발 발표로 제2의 CDMA 대박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계기를 만들었다. 향후 시장 수요만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진대제 장관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의 시발점이 와이브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말로 와이브로에 거는 기대감을 드러내며 실수한 ETRI에 위로의 말을 건넸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한국정보통신대학교는 전임 기관장 시절 일어난 잘못을 모두 털어내고 새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이들 기관은 ‘위기가 기회다’라는 말대로 강력한 ‘경영혁신 및 구조개혁’에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또 원자력연구소는 이제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원자력 분야 세계적인 연구기관이 됐다. 광고로 따지면 수조원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원자력연 장인순 소장은 “국제사회가 우리를 경계할 만큼 플루토늄 추출 등 핵물질 분야에서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외 교포 사회에서는 핵 물질 관련 기사를 읽으며 자부심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이야기도 많았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올해의 액땜은 이제 끝났다. 새해에는 출연연들이 탄탄대로를 달려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과학부=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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