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를 향해 뛴다](중)장비개발 `구슬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주목받는 이유는 ‘차기 휴대폰 킬러 애플리케이션 0순위’이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그간 카메라·음악·게임 등을 흡수했으며 마지막 남은 엔터테인먼트 영역이 바로 방송이다. 전세계 휴대폰업계 판도에도 새 변수다. 휴대폰 1위 사업자인 노키아가 휴대이동방송규격인 ‘DVB-H’를 앞세워 유럽 패자의 자리 수성을 외쳤으며, CDMA 베이스밴드칩 업체인 퀄컴은 ‘플로(FLO)’를 미국내 상용화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휴대폰 업체들은 NHK 등이 추진 중인 ‘ISDB-T’ 기반 휴대폰을 개발, 2세대 휴대폰 때와 마찬가지로 독자 규격을 통한 자국 시장의 보호막 치기에 급급하고 있다.

 위성DMB폰, 지상파DMB폰, DVB-H폰, 플로폰, ISDB-T폰 등 이른바 방송폰 시대 돌입을 앞둔 상황에서 LG전자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세계 휴대폰 5강인 LG전자가 위성DMB폰·지상파DMB폰 등 초기 상용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발빠르게 치고 나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5월 첫 위성DMB폰 시제품(모델명 SB100)을 선보였다. SB100은 당시 위성DMB용 베이스밴드칩(일명 CDM칩)으로 도시바의 ‘C2’칩을 사용했다. ‘C2’칩은 소비전력이 680mW정도여서 휴대폰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되레 휴대폰제조사이기도 한 도시바 본사에서 LG전자의 위성DMB폰을 인정했다는 후문이다.

 LG전자는 최근 독자적인 CDM칩 개발에도 성공했다. LG전자의 관계자는 “소비전력은 200mW대에 불과해 기존 도시바의 C2칩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LG전자는 내년 5월 위성DMB사업자인 티유미디어의 본 방송 일정에 맞춰, 자체 칩을 쓴 2번째 모델을 개발·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지상파DMB폰에선 특히 ‘방송+통신’의 힘을 보여준다. 올초 지상파DMB 서비스의 가능성을 읽어낸 이 회사는 발빠르게 ‘DTV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지상파DMB용 베이스밴드 칩을 휴대폰에 맞췄다. 성과는 지난 10월 베이스벤드와 AV수신부를 원칩화한 SoC 개발 성공으로 이어졌다. 11월에는 세계 최초 지상파DMB폰 개발에 성공, 그동안 세계 이동휴대방송시장에서 ‘휴대폰 개발이 불가능할 것’으로 지목돼 약세를 보여온 지상파DMB 진영에 전기를 마련했다.

 이 회사의 지상파DMB폰은 국내 전자제조사의 강점을 세계에 다시 한번 과시했다. 외국 경쟁사들이 방송 영역 기술을 축적해놓지 못했지만 LG전자는 디스플레이분야의 강점과 함께 디지털방송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미국식 디지털TV 5세대수신칩을 개발한 바 있다.

 LG전자가 DDM총괄과 정보통신총괄이 함께 움직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미국 시장을 장악할 ‘플로폰’에선 특히 국내 업체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퀄컴측은 플로칩 개발과 함께 공조 중인 휴대폰업체로 “노키아를 제외한 주요 업체와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LG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가 주요 파트너임을 내비쳤다. 노키아의 DVB-H폰 시장에도 LG전자의 선전이 기대된다. 지상파DMB, 위성DMB 등에서 이동휴대방송폰 개발 노하우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 통신사업자들이 LG전자에 DVB-H폰 개발을 의뢰한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의 안승권 부사장은 “기술적으로 지상파DMB폰 개발이 가능하면 다른 규격들(DVB-H 등 지칭)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방송이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시대 변화가 국내 휴대폰업체에 또다른 기회를 주는 셈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