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Ⅱ]벤처CEO 107명 설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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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13일부터 24일까지 2주간에 걸쳐 진행됐다. 조사는 IT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벤처기업의 최고경영자(CEO) 107인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e메일을 통해 답변을 취합했다.

 CEO의 경영 경력은 ‘4년 이상’이 72.1%로 대부분 1∼2번의 경영 경험이 있었으며 ‘3∼4년 미만(12.1%)’ ‘2∼3년 미만(8.4%)’ ‘1∼2년 미만(6.5%)’ 순이었다. CEO의 연령은 40대(56%)가 주를 이뤘고 30대(24.3%), 50대 이상(17.8%), 10∼20대(1.9%) CEO도 조사에 참여했다. 기업 규모는 연간 매출 기준 ‘50억원 미만(35.5%)’ ‘50억∼100억원(21.5%)’ ‘100억∼200억원(14%)’ ‘200억원 이상(29%)’, 등 이제 막 매출이 발생하는 초기 단계의 벤처부터 성장단계에 진입한 기업들까지 고르게 분포했다.

 ◇벤처 CEO의 고민

 벤처에 대한 거품과 환상이 사라진 2005년, 벤처 CEO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대박 신화를 꿈꾸는 ‘벤처 프리미엄’이 사실상 없어진 데다 벤처의 성장 기반이었던 IT산업 경기마저 부진한 상황에서 벤처기업 경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벤처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CEO들은 다양한 고민거리를 꺼내놓았다.

 CEO들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는 벤처의 특성상 ‘자금부족(30.8%)’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벤처에 대한 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이 같은 고민이 더욱 커졌다는 부연 설명이다.

 ‘우수 인력 확보가 어렵다(23.4%)’는 것도 고민 중 하나였다. 대기업에 비해 임금·근무환경 등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는 벤처로서는 쉽게 풀기 힘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 밖에 중장기적인 사업 확장 차원에서 ‘신시장 개척이 어렵다(20.6%)’는 응답도 많이 나왔으며 ‘대기업과의 하청 관계(15%)’도 힘든 점으로 꼽혔다. 특히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면서 ‘갑과 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제조업체의 CEO들은 대기업과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외로 ‘벤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0.9%)’을 어려움으로 꼽은 CEO들은 적었다. 2001년 이후 각종 벤처 관련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벤처’라는 꼬리표를 떼버리려는 시도가 나타나기도 했지만 실제 경영시에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한 어려움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성숙기에 진입한 벤처기업의 바람직한 CEO상에 대해서는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70.1%)’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IT벤처기업의 기술 유출 논란

 지난해 한 벤처기업이 국가 전략기술에 해당하는 CDMA 기술을 외국계 회사에 매각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IT벤처업계는 한 차례 큰 파동을 겪었다. 양도 대상이 외국계 회사의 국내 법인이라는 이유로 일단 무혐의 처리됐지만 ‘기술 유출’과 ‘기술 거래’라는 잣대 사이에서 혼란감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 같은 혼란은 설문 조사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문제와 관련, ‘해외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에 매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37.4%)’에서부터 ‘기술 보유업체의 자율 판단에 맡겨야 한다(24.3%)’ ‘공공적 성격의 심사기구가 해외 기술 유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22.4%)’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특히 업체의 자율적인 판단을 강조하는 측과 제3자의 객관적인 심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맞서 ‘유출’과 ‘거래’의 개념 정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술 유출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에 대비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91%의 CEO가 자사 기술의 외부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대비는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기술 유출에 대비하고 있다고 답한 CEO 중 50%가 대응방안으로 ‘내부 직원 보안교육 강화’를 꼽았지만 ‘내부 보안시스템 강화(25.5%)’ ‘특허등록 활성화(16.3%)’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펴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다.

 한편 응답자 중 85%가 자사의 기술을 ‘세계 최고 내지 선두권’으로 평가했으며 ‘세계 수준에 크게 미흡하다’는 답은 2.8%에 불과했다.

 

 ◇벤처의 젖줄, 코스닥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벤처의 젖줄 역할을 해온 코스닥시장이 이달 중에 유가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와 한 몸이 된다. 물론 매매거래 부문은 별도로 운영되지만 삼성전자·SK텔레콤 등 대형 상장사가 즐비한 통합 시장 환경에서 벤처 중심의 코스닥기업들이 제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주식시장 통합이 벤처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악영향(20.6%)’ 내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27.1%)’이라는 대답이 ‘긍정적인 영향(32.7%)’을 기대한 의견을 크게 웃돌았다. 여기에 ‘잘 모르겠다(19.6%)’는 응답까지 더하면 시장 통합이 벤처기업에 긍정적이라고 여기는 의견은 사실상 소수에 불과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시장 통합 후 코스닥시장이 ‘미래 성장 잠재력을 가진 벤처기업 중심의 주식시장’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통합 후 코스닥시장의 운영 방향을 묻는 질문에 60%에 가까운 CEO들이 ‘코스닥의 자율성 보장’을 최우선으로 꼽았기 때문.

 하지만 이와 함께 ‘거래소와 코스닥을 하나의 단일 시장으로 완전 통합해야 한다(24.3%)’와 ‘코스닥을 거래소의 2부 시장화해야 한다(14%)’는 의견도 전체 응답자의 30%에 달해 코스닥의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코스닥이 시장 통합 후에도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시장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시장 개선 노력과 함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의 조기 실행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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