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하루에 대여섯 잔의 커피를 마신다. 순간적인 피로를 이기는데 커피가 도움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내 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억지로 참는 것보다는 차라리 기분 좋게 마셔 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좋아하는 것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살다 보니 저절로 알게 된 일이다. 그런 삶의 법칙을 알게 된 데는 나름대로의 시행착오같은 것도 거친 셈이다. 나는 너무 단순한 사고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고지식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만 믿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고,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야한다고 자신했다. 부모님의 조언이나 이웃 어른들의 목소리에도 그다지 귀 기울이지 않았다.
대학을 결정할 무렵은 나의 그 믿음이 가장 강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무용이 있었고,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으므로 입시점수 같은 것은 아무런 결정 요인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아 놓고도 굳이 내가 원하는 학교를 고집한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나는 내가 뜻을 세운 그 학교가 좋았고, 그래서 안타까워하는 부모님의 뜻을 반영하지 않았다. 훗날, 잠시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뿐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나서는 좋아해도 하지 않는 일이 생겼고 싫어도 하는 일이 생겼다. 각진 모서리가 둥글게 연마되어 비교적 둥글둥글한 어른이 되어 있는 셈이다.
귀찮고 싫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는 것은 책임감이다. 내가 책임져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면 싸워서라도 끝까지 가는 편이다. 타협하지 않고, 더러 오기를 부리더라도 그렇게 하기 위해 애쓴다. 책임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니까. 반대로 아무리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도 남에게 피해가 간다고 생각하면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감 있게 만들어 주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나는 편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빈말을 싫어하고, 지나치게 감정에 얽매이는 것도 싫어한다. 말이 많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자연히 빈말이 쏟아지기 십상이라 생각하는 것의 절반 만큼만 말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무슨 일이든 확고하게 결정된 후에 말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이런 습성은 식생활에도 적용된다. 귤이나 채소 같은 신선한 음식을 좋아하고 뻑뻑한 음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 목이 메는 것이 질색이다. 그래서 떡이나 고구마 튀김 같은 것은 아무리 맛이 좋아도 먹지 않는다. 이상한 습성이다. 참 까다로운 성격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까다로운 내가 좋다. 너무 똑똑해 보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물렁해 보이는 건 더욱 질색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내 자신을 좀 귀찮게 하면서 살 것 같다. 좋아해도 못하게 하고, 싫어해도 하라고 시키면서, 그렇게.
<이젠 사장 saralee@e-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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