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여러 가지 비교항목 중 무역에서 차지하는 IT 제조업 비중, 전체 수출에서 IT 수출 비중, IT 제조업이 총노동생산성을 높인 비율, 브로드밴드 가입률 등 네 가지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IT의 경제력 집중도,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도 등 각종 지표도 모두 상위권으로 나타나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IT 강국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IT산업이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경제 불황을 극복할 대안으로서,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로 IT산업을 꼽고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 IT산업이 이 같은 평가를 받은 것은 우선 국민의 수요 욕구가 컸고 정부가 IT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 데다 이를 배경으로 국내 기업들이 IT산업에 왕성하게 투자하는 등 3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IT산업 경쟁력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IT산업은 21세기 지식기반 제조업의 핵심으로 세계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할 정도로 시장 규모가 무한히 크다. 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기술을 고도화하는 구실도 한다. IT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다른 산업 분야의 경쟁력도 뒤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IT 경쟁력 확보 여부가 미래 산업강국이 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하는 관건이다.
우리가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IT 부문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도 미약한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가 통신장비, 컴퓨터, 비디오장비 등 장비 분야의 수출 경쟁력은 강한 반면 소프트웨어 수입이 수출의 3.5배에 달할 정도로 외산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것이 OECD의 지적이다. 특히 IT 인프라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등에서는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나 다른 부문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으며 인터넷 콘텐츠의 다양성과 활용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만큼 우리 IT산업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IT 제품이라는 하드웨어 경쟁력은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산업이 발전해야 가능하다. 하드웨어 위주는 서비스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선도하는 세계 시장 흐름과도 맞지 않을 뿐더러, 하드웨어의 대부분이 언젠가 후발자에게 내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근본적으로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을 육성해 선진국형 IT산업 구조로 개편해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뿐만 아니라 IT 제품 수출 비중은 세계 1위지만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산업 간 융합이 날로 진전되는 상황에서 IT와 생물산업기술(BT), 나노기술(NT) 등 다른 신기술과의 접목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물론 ‘잘되는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국가 경제 기여도 면에서 세계 최고라는 IT산업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견인차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특정 부문과 기업에 치우치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IT산업은 특성상 변화가 빠르다. 지금과 같이 특정 부문에 치우치는 기현상이 지속되는 와중에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고 자부하는 우리의 IT산업이 한순간에 ‘쪽박’을 찰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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