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과학관을 만들자](12)우리에게 필요한 과학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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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런던박물관은 산업혁명의 발상지답게 200개 가까운 수많은 증기엔진이 전시되어 있다. 교사 인솔하에 과학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증기엔진에서 시작해 자동차 양산시대를 연 미국 포드사의 T모델 자동차 옆을 지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조차도 예산이 없어 얼굴을 씻지 못하고, 옷단장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국민이나 청소년들이 과학관에서 새로운 과학의 흐름을 체험하면서 호기심을 개발하고, 학습할 수 있겠습니까.”- 유승희 국회의원(열린우리당)의 지적이다.

통상 과학관의 전시품 교체주기가 5년인데 국립중앙과학관 전시물의 85%인 7241점이 이미 교체주기를 넘겼다는 것. 100억원이 필요한데 예산은 5억원에 불과하다. 전국에 56개 과학관에 있는 볼거리, 배울거리도 너무 낡았다.

우리에게는 과학관의 모델은 체험형 공간, 살아있는 과학사전, 제2의 과학교실 등의 모델 가운데 어떤 것일까.

◇체험형 공간=1964년에 건립된 도쿄 과학기술관은 고색창연하지만 전시물은 반짝거린다. 1일 평균 1500명, 매년 54만6000명이 과학기술관을 찾을 정도로 인기인 데다 가족 관람객이 20%를 넘는다. 성공의 열쇠는 ‘체험 공간’ 마련이다. 전자·자동차·지구과학·철강·PC 소프트웨어·우주·로봇 등의 세계를 직접 만지고 느껴볼 수 있다.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에 이르기는 단계별 과학클럽은 워크숍·실험·컴퓨터교실 등을 운영하며 소식지 발행을 통해 회원관리가 이뤄진다.

굳이 화려한 과학관을 세울 필요는 없다. 첨단·기초과학을 두루 갖춘 알찬 전시관이라면 100년이 지난 낡은 건물에서도 ‘미래 과학도의 꿈’은 무르익는다.

◇과학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런던과학박물관은 ‘살아있는 과학사전’이다. 과학관 그 자체가 시·공을 초월한 과학교과서로서 관람객을 압도하면서 ‘여기가 산업혁명의 발상지’임을 웅변한다.

1800년대 초반 증기엔진 발명을 시발로 세계 산업혁명을 이끈 영국의 런던박물관에는 200개에 가까운 산업혁명의 증거물로 가득하다. 관람객들에게 엔진 발전의 역사를 보여주면서 ‘영국이 어떻게 해리어(수직이착륙전투기)를 만들고 우주·로켓기술을 갖게 됐는지’를 과시한다.

우리에겐 자랑할 게 없는가. 밤하늘에 최무선, 이천, 장영실, 이순지, 허준, 세종, 관륵 등 우리 과학자의 이름으로 불리는 별(소행성)들이 있다. 화포와 화약을 발명한 최무선, 측우기·해시계·물시계를 만든 장영실 등 세계에 자랑할 위대한 과학자의 삶과 성과물들을 박물관에 담아낸다면 과학 꿈나무들의 자부심과 도전정신도 새로워질 것이다.

◇제2의 과학교실=프랑스가 자랑하는 과학박물관인 라빌레트는 학습 지향적이다. 지하 1층의 놀이터 형식으로 구성된 어린이용 전문 과학관, 지하 2층의 전문 도서관, 2층의 중등학생용 학습장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운 지구와 별까지의 거리를 계산하는 법을 라빌레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과학관을 제2의 과학교실로 탈바꿈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과학큐레이터 양성이다. 학습에 도움이 될 전시물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끈질기게 찾아나서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런던과학박물관의 큐레이터들은 관람객들에게 별 사진 몇 개를 보여주며 우주과학에 대한 꿈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 건너가 아폴로 우주선의 지구귀환선을 빌려올 정도다.

일본의 자랑 미라이칸(미래과학기술관)에서는 777명의 자원봉사 전시해설원들이 있다. 과학기술이 관람객들에게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해주겠다는 미라이칸의 목표가 이들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와 기업이 한마음=캐나다 몬트리올사이언스센터는 퀘벡 주 정부를 비롯한 노텔네트웍스, 벨캐나다, 비아철도 등 70개 공·사적 기관들이 1500만달러를 모아 만들었다. 런던과학박물관은 매년 정부에서 2500만파운드(약 500억원)를 지원받고 있고 여기에 영국의 글락소스미스, 미국의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일본의 교세라 등 세계적 기업의 지원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삼성, LG 등 우리 기업들도 자체적인 과학전시시설을 운용하는 등 ‘과학하는 마인드’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민·관이 손을 잡고 우리 과학관을 다시 설계할 때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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