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거래와 유출의 차이는 무엇인가’
최근의 기술유출법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현대시스콤은 지난 2월 중국 UT스타콤사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과 인력 등을 매각키로 계약, 핵심기술 이전에 따른 국부 유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기업들도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연구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해외 매각을 통한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기술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이하 기술유출방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법 체계로는 현대시스콤과 같은 사례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관리기준(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보호대상기술의 모호성= 의원입법안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되는 경우 국가 안보, 경제 및 관련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산업기술(제2조 2항)’로 정의됐다. 세부적으로 △기술집약도가 높고 기술혁신속도가 빠른 기술 △신규 수요, 부가가치 창출 및 산업간 연관효과가 큰 기술 △국내에서 개발된 독창적인 기술 △국가기술력 향상과 대외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기술 등이다.
국가핵심기술의 지정·변경·해제 조항(제10조)도 잣대가 모호한 제2조 2항 규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공통의 이해’를 끌어내는 것도 과제이다.
과기계는 ‘잣대’가 명확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창한 산자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기술유출방지법의 가장 큰 목적은 대형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국책연구과제를 중심으로 국가핵심기술 지정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냐, 아니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보호대상기관으로 지정되면 △해외매각, 해외공장이전, 외국기업과의 합작투자 등을 추진하거나 △기술을 해외에 매각·이전할 경우 산자부 장관의 승인(제12조)을 받아야 한다.
사전통지 의무도 있다. 해외공장이전 및 합작투자 등은 ‘해외사업’이고, 기술의 해외 매각·이전은 ‘기술수출’이다. 이는 곧 정상적인 거래·수출행위도 규제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창한 과장은 “기술유출방지법을 규제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으로 인식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인권침해다, 아니다= 산업보안관리사 자격제도 신설(제20조)은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산업보안관리사를 운용할 산업보안협회(제17조)가 만들어지고 국가정보원과의 협력하에 연구기관의 인력·기술정보유포 실태들을 상시 점검하게 돼 현장 연구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권을 보호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인데 인권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것이 법을 마련한 당사자들의 입장이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과기계의 인권침해 주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국가산업을 염두에 두고 첨단기술의 국외유출이 없는 선에서는 전직·겸직 등에 대해서 포용하는 입장”이라며 “법 17조와 20조의 인권침해 논란은 확대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 업계는 기술유출방지법이 과기인들의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업계와 국가경제를 고려해 볼 때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현실적인 법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국가산업을 진흥시킬 수 있는 기술을 보호하는데 기술유출방지법의 의의가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기술을 보면 우리나라의 기술유출이 얼마나 심한지 금방 알 수 있다”며 “불과 얼마전 개발한 기술이 외국 경쟁기업에 그대로 카피되어 있을 때의 황당함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와 관련 “국가 연구개발정책을 총괄 조정할 과기혁신본부가 출범하기 전에 기술유출방지법이 입법예고 되고, 의원입법으로 발의돼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앞으로 당·정 협의를 통해 논란이 되는 점들을 법안에 반영하고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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