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회사라고 게임만 하라는 법 없다. 게임 개발사 손노리에는 각 팀에서 자발적으로 참여해 결성된 축구 동호회 ‘발노리’가 있다. 매주 토요일 교대 운동장에 모여 발을 맞추고 다른 업체와 시합을 벌이는 이들은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국내 유수의 게임 개발사 손노리. 이 회사에는 각 팀에서 모여 오프라인 축구를 즐기는 ‘발노리’ 동호회가 있다. 고단한 몸을 이끌고 최고의 게임을 위해 밤샘 작업이 매일 이어지다 보면 개발자들의 신체는 쉽게 망가진다. 그래서 개발 2팀의 이정일씨(31)는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체력 단련과 친목 도모를 위해 여러 팀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인원을 모아 발노리 축구 동호회를 창설했다.
# 저희를 발노리라 불러 주세요
“원래 축구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유럽 프로 리그는 빠짐없이 챙겨보고 피파 게임도 플레이하면서 혼자만 즐겼는데 실제 필드에 나가 직접 공을 차고 싶더라고요. 예상 외로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사내에 많아 동호회를 만든다고 하니까 벌떼처럼 달려 들었습니다.”
이 모임의 리더 이정일씨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난 추석이 끝나고 회사에 모여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의외로 축구에 관심있는 사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동호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발노리에는 붉은 악마 출신으로 축구 열성팬이 있고 조기 축구회에서 맹활약한 아마추어 선수가 포진해 있지만 생전 처음 축구를 접하는 사람도 있다. 동호회 인원은 정확히 11명. 한 명이라도 부상으로 빠지면 경기 진행이 불가능하다.
그래픽 담당이자 스트라이커인 이문규씨(21)는 “붉은 악마 시절 축구에 절어 살았는데 회사를 다니면서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게임도 열심히 만들고 축구 동호회에도 열심히 참여 하고 있지만 인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발노리 팀은 아직 역사가 짧아 다른 아마추어 직장인 팀과 많은 시합을 하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교학사 팀과 시드나인 엔터테인먼트 팀과 붙었다. 전적은 1승 1패. 연습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팀원도 많지 않은 발노리지만 이번 시합으로 자신감이 생겼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동호회에 이원술 사장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사실. 워낙에 바쁘신 몸이라 축구 경기에 실제 참가는 하지 못하지만 전술 회의를 주간하며 창조적인 플레이를 만들어 낸다. 발노리 팀원들은 한 목소리로 사장님이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정신적 지주가 돼 더욱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 씩씩한 홍일점, 매니저 역할 자청
박지연씨(29)는 발노리의 홍일점이자 매니저로 맹활약 중이다. 그녀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매니저 역활을 자청하고 나선 열성파다.
“사내에서 동호회를 결성한다고 해 뭔가 하고 싶어서 겁도 없이 뛰어 들었어요. 매니저라고 해야 프로 경기같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응원도 하고 경기 장면을 카메라로 담아 나눠주기도 하죠. 인원이 적어서 다른 팀과 비교하면 썰렁한 감이 있는데 다른 직원과 함께 떠들썩한 응원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손노리에서 가장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여직원 답게 솔직하고 화끈한 성격이 드러났다. 함께 필드를 뛰어 다니는 것이 아닌데 매주 토요일마다 아침 일찍 나와 어울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녀는 앞으로도 계속 동호회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날씨가 추워져 연습도 어렵고 시합을 잡기도 어렵지만 다음 타깃은 NHN과 웹젠입니다.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아는 것이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주 나와 연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팀이 이길 자신이 있습니다.”
조용하고 담담하게 이정일씨는 말했지만 말투와 달리 그의 눈빛은 즐거움으로 가득찼다. 축구에 대한 열정이 게임에 대한 사랑보다 강한 듯 보였다. 발노리는 진정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진실된 모임이었다.
<김성진기자 김성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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