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IT산업을 중심축으로 한 뉴딜형 종합투자로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고 내년에도 경제성장률 5%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IT분야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래 전략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무엇보다 과학기술력 증진을 통한 국가 경쟁력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제대로 가닥을 잡았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8700여개나 되는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덩어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것은 친기업적인 환경을 조성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진작시키겠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노 대통령은 최근 해외 순방 길에 “국가의 경쟁력은 바로 기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옳은 말이다. 디지털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IT 핵심 기술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IT 비중이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IT가 국가 성장동력의 강력한 추진체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노 대통령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국가기술혁신체계(NIS)를 구축하고 과학기술 전문 인력이 사회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 인식 때문이다. 과학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우수한 과학 두뇌를 확보하는 토양을 조성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기업이 제대로 서지 못하면 국가 경제가 제대로 운용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어떤가. 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되어 왔던 규제 완화건만 하더라도 사실 해마다 단골메뉴로 올랐던 해묵은 현안 중의 하나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한 만큼 앞으로 눈여겨 봐야겠지만, 그동안 실천이 담보되지 않은 그럴듯한 구호성 정책 때문에 기업들이 피해를 본 경우도 허다했다.
중소기업 육성책이나 투자 활성화, 부품소재산업 활성화, 과학전문 인력 양성 등 산적한 현안들도 대안만 무성했지 그것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풀리는 것이 없었다. 장기 불황으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되고 그나마 수출로 버티던 경제도 고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적인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첨단과학 기술력을 확보임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계 각국이 차세대 사업을 선정해 대대적으로 투자하며 치열한 경쟁에 나서는 이유도 핵심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IT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부품 소재 분야의 예만 들더라도 핵심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등 토대가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말만 IT강국이지 한꺼풀 벗겨내면 속빈 강정인 셈이다. 지나친 규제리스크와 정책 불신, 경제 패닉 현상으로 투자 타이밍을 놓친 기업들은 다른 나라와의 기술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모두가 정책의 경직성과 심각한 투자 빈혈증 탓이다.
거시경제 지표에 집착하다보면 밑바닥 현실 경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이번 대통령의 발표가 총론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데 비해 각론에는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듯이, 경제 활성화 대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처방도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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