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CEO 리더십 `개성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을 이끈 게임업계 CEO나 창업주들의 성공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모두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공통점 외에는 리더십의 종류와 특성도 각양각색이다. 동료 CEO와 업계 사람들이 평가하는 게임업계의 리더십 색깔을 알아본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의 리더십은 ‘정면승부’와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을 두루 쓰는 말그대로 리더형이다. 원칙을 중시하는 가운데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도 겸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사내 개발 스튜디오끼리 경쟁도 치열하다. 1사장 5부사장 체제가 도입되면서 본부별 경쟁도 가속화됐다. 게임업계 골치 아픈 문제들의 경우, 전면에는 빠지고 협회나 다른 업체와의 신뢰를 통해 풀어나가려고 한다. 미국 시장의 경우 남보다 먼저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승부수를 던지기도 했다.

 김범수 NHN 사장은 ‘리스닝 리더십’으로 통한다. 무엇이든지 듣고 전략은 머리 속에서 구상하고 얼굴에는 미소만 담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김 사장이 화내거나 싸우는 모습을 좀처럼 볼 수 없다. NHN에 참모형 인재와 치열한 토론 문화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리스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결단의 순간에는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린다. 한게임과 네이버컴의 합병 건은 초기 한게임 직원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너희가 나를 못 믿나”는 말 한마디로 설득했다.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CCO(Chief Creative Officer)는 CEO 사이에서 ‘리모트 컨트롤러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중요한 결정에는 남다른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분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순간 판단력도 예리하다. 관련 업계 CEO들과도 두루두루 친하고 정보도 빠르며 신사업 발굴에도 관심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정률 그라비티 회장의 리더십은 ‘보스’형이다.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를 전세계 20여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돌파력과 감각적인 비즈니스 협상력을 자랑한다. 올해까지 수출 대상국을 30개국으로 늘려잡았다. 첫 작품격인 온라인게임 ‘로즈온라인’도 국내 게임시장 포화에도 불구, 전폭적인 마케팅 지원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전진(前進) 문화와 폭탄주 문화도 그라비티의 특성이다.

 엠게임 창업주인 손승철 최고이사는 ‘두루두루 리더십’의 덕장 스타일이다. 수많은 개발사 및 개발팀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개발사들과의 신뢰도 두텁다. 군소 개발사들도 두루 챙기는 편이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 관행에 대해서도 할 말은 한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박진환 네오위즈 사장은 ‘신바람 리더십’으로 통한다. 네오위즈가 세계 최초로 아바타 비즈니스를 선보였을 때, 게임포털 피망을 론칭할 때 등 직원들과 격없이 대화하고 토론한다. 직원들에게 일의 재미를 불어넣고 최고의 아이디어를 생산케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스타일이다.

 방준혁 CJ인터넷 사장은 타이밍 리더십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0위권 밖이었던 후발주자 넷마블을 절묘한 마케팅과 M&A로 게임포털업계 1∼2위까지 키워나갔다. 각종 M&A 결과에 주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 절대엄숙 등 일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드는 넷마블의 사내 규정도 유명하다. 방 사장은 두번의 사업 실패 경험을 통해 끝까지 고수해야 할 것과 빠르게 포기해야 할 것을 구분하게 됐다고 말한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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